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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다은
심다은 지음 / 더퀘스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을 기록으로 남기자 완벽하지 않은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늘의 다은」
학창시절 일기란 방학동안 있었던 일들을 한달에 몰아 머리를 쥐어짜가며 써야하는 숙제일 뿐이었다. 당시엔 이런걸 왜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일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기 시작한건 내가 어른이 된 후였다. 임신하며 아이에 대한 기록들을 남겼고, 아이가 성장하며 힘든 순간들 즐거웠던 순간들을 한두줄 짧게 기록했다. 하지만 썼던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많아 노트는 언제나 휑~해 보였다. 세월이 흘러 당시 썼던 일기장을 펼쳐보면 빈 공간이 많음에도 당시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그럼에도 일기를 꾸준히 써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일기를 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어린 두 아이들을 돌보며 일까지 했던 나로썬 일기한줄보단 우선 잠이 먼저였다.
아이들이 부쩍 자라 이젠 나의 잠이 모자라지 않기 시작하면서 간혹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다이어리엔 하루일과보다 책에대한 내용들이 많아졌다. 어느새 일기라기 보다는 독서록이 된듯 책에대한 정보들이 들쭉날쭉 적혀있었다. 일기라면 당연히 글로 써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워낙 손재주가 없어 그림을 그려볼 생각 따윈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하루일과를 단 한장의 그림으로 남겨도 참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재주없는 그림솜씨지만 나의 일기장이기에 누구에게 보여주기위한 내용이 아닌 나의 진짜 하루가 담긴 그림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심플하면서도 갖가지 표정이 가득한 그림일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한장의 그림일기엔 그날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무얼 먹었는지 등 다양한 자기만의 기록이 함축되어 있었으며, 그날의 기분도 날씨도 모두 알 수 있었다. 매일 써야 하는것도, 글로만 써야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된듯 즐거웠으며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듯 즐겁게 읽었다.
역시나 이 책에 가장 큰 반응을 보인건 웹툰작가를 꿈꾸는 딸 아이였다. 워낙 손재주가 좋아 배우지 않았어도 척척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 하는 딸 아이가 자기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하루빨리 타블렛을 사달라는 주문을 했다. 물론 손으로 그리는 그림을 잘 그리지만 일기를 쓰기위해 그림을 그리다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거 같다며 공부도 그림도 모두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젠 미루고 미뤄왔던 딸 아이의 컴퓨터를 장만해야할 듯 하다. 나에겐 그저 재미난 책일 뿐 이었던 이 책이 딸 아이에겐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가도록 의욕을 불러오는 엄청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일기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작가에게 변화가 생겼듯 딸 아이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