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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범생이가 ㅣ 시공 청소년 문학
이상권 지음 / 시공사 / 2018년 11월
평점 :
"우리가 하나의 완전한 원소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하고, 서로를 알아야 하는 거야."
「어떤 범생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 집나간지 열흘이 지난 누나 솔비, 그야말로 개망나니에 선비의 비상금을 잘도 훔쳐가는 용비 그리고 날때부터 천재인 선비. 이 모든걸 끓어 안고 있지만 아무런 말도 없는 엄마. 이게 선비네 가족이다. 가진건 쥐뿔도 없지만 가진 능력이 넘처나는 선비에겐 모든게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가족인 것이다. 공부만이 살길이라며 고3 수헝생처럼 공부하는 선비는 하루하루가 고달프기만 하다.
그런 선비에게 상처입은 어린 고양이가 눈에띤다. 비오는 날 상처를 치료해준 후 매일 같은시간 선비를 찾아오는 고양이를 선비는 '깜빡이' 라 부른다. 한쪽눈을 깜빡이며 다가오기에 붙여준 이름이었다. 답답해 숨쉬는 것 조차 힘들때면 깜빡이를 떠올리게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한번도 친구를 가져보지 못한 선비에게 친구가 생긴것이다.
선비는 깜빡이에게 최선을 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 누나도 방을 함께 쓰는 용비도 선비에게 고양이를 내로내라고만 말한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지만 아무도 선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누나와 고양이로 인해 다툼이 생기고 욱한 마음에 휘두른 칼에 선비 자신이 상처를 입게된다. 상처난 선비를 보며 놀란 솔비는 119를 부르고 다행히 큰 상처가 아니기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날 이후부터 가족들은 선비의 친구를 인정해준다.
늘 함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깜빡이는 치료 후 날개달린듯 밖을 돌아다니다 가족이 된 검정고양이와 함께 떠나가고, 깜빡이가 수없이 선비를 뒤돌아 봤던 날 선비는 깜빡이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거라는 걸 알게된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돈을 벌고 다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게된다. 장례식장 끝없이 눈물을 흘리던 선비, 선비가 눈물을 그치자 이내 오열하는 솔비, 뒤늦게 나타나 가장 큰 울음 소리를 낸 용비.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나지 못한 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하게되고 이후 가족들에게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억에서 지워졌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선비는 누나인 솔비와 형인 용비와 함께 아버지의 흔적을 쫓아 가기로 한다. 자신들의 기억속에 너무도 유쾌했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그토록 힘겨운 삶 속으로 숨어들었는지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떠나기로 한 것이다. 선비의 기억속 아버지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용이되길 꿈꾸는 그런 아버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 어둠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린건지 알 수 없다.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꿈도 잃어버린 아버지가 스스로 그런 길로 들어갔던건지, 아니면 무언가에 의해 어둠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건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당연히 내곁에 있는 가족에 대한 감정이 무척이나 포근하게 느껴졌고, 감사했다. 가족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며, 지금 누리는 이 행복이 누구 하나의 노력이 아닌 우리 가족들 모두의 노력으로 얻어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나의 가족들과 함께 할 행복한 미래를 떠올려 볼 수 있어 행복함에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선비와 그의 가족들이 아버지 없는 삶 속에서도 서로를 좀더 끌어 안으며 행복한 생활로 한발짝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