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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독립만세 - 걸음마다 꽃이다
김명자 지음 / 소동 / 2018년 11월
평점 :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버킷리스트 제1호. 글쓰는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할머니 독립만세」
70대 중반 할머니의 책을 만났다. 할머니의 버킷리스트 중 두번째 인 '내 이름 석자 적힌 책 내기' 를 이룬 멋진 할머니셨다. 어린 나이에 첫눈에 반해 결혼을 했고, 예상치도 못했던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던 할머니의 인생은 화려하지도 누구보다 멋지지도 않은 옛날 어머니들의 평범한 삶보다 더 고통스런 삶이었다. 첫눈에 반했던 남편은 술만먹으면 난동을 부리고 그녀를 때렸고, 이를 견디지 못해 친정을 향했다.
힘든 나날을 견딘 그녀에게 찾아온건 '암' 이었다. 말기 직장암 선고를 받게된 그녀는 그렇게 입원을 했고, 수술을 했다. 다행히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았기에 수술은 잘 끝났지만, 입원한 그녀의 곁엔 친정 가족들만 있을 뿐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편이 나타난건 그녀가 입원 중 걸을 수 있게되어 산책이 가능해졌을 때였다. 성큼성큼 다가온 남편은 그녀에게 폭언과 욕설을 내뱉었고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은 "이혼합시다." 였다. 건강에 대한 그 어떤 당부도 걱정도 없었다.
건강이 회복되어 혼자 살기위한 준비를 하던 그녀에게 아이들과 변한듯한 남편이 찾아왔다. 너무도 보고싶던 아이들이었기에 가난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타야 했는데 돈이 부족해 야간열차를 타고 남편집을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남편과 아이들이 잡은 손을 놓지 못한 채 그곳으로 다시 발을 들였다.
그렇게 다시 가족을 이뤄 살아가던 어느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병원을 찾아간 그녀의 눈앞엔 죽은듯 잠들어 있는 남편이 있었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남편을 간호했다. 3일 후 깊은 잠에서 깨어나 듯 깨어난 남편은 이후 병원을 들락이며 힘든 생활을 해야 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당뇨는 더욱 심해졌고, 이후 투석생활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남편은 이내 자신의 몸에서 관을 빼내 투석을 하지 않기 시작했고, 말릴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남편의 선택을 따르기로 한다. 그리고 남편은 60세가 안된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다.
세 아이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그녀는 70대 중반 아들의 집을 나와 독립을 선언한다. 파주 교하에 조그만 방을 얻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한 할머니를 가족들은 말렸지만 할머니는 용기있게 이를 실천에 옮겼고, 현재는 자신의 삶을 즐기며 배우며 살아가고 계신다. 도서관을 내집 드나들듯 하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문화센터에서 '자서전 쓰기 워크숍' 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40여년 전 인생을 쓰기 시작했고 그녀의 이름 세글자가 박힌 책이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 -앙드레 지드-
나도 나이가 든다면 할머니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젊은이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책쓰기에 도전해 성공하셨고, 다른 버킷리스트를 실행에 옮기며 아름답게 늙어가고 있는 할머니처럼 나이들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름답게 늙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도전해본다.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는 감동을 맞이하기 위해서. (219쪽)
할머니는 6개의 버킷리스트중 5개를 성공하셨다. '미술 개인전' 이라는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열심히 도전할거라는 할머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할머니의 다음책도 또 다음책도 계속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십년 후 그곳이 어디든 할머니의 이름이 크게 걸린 미술 개인전이 열리는 곳을 가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할머니의 건강을 기도한다. 할머니의 남은생도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기쁜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