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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엄남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장애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축복이며, 걸림돌은 단지 뛰어넘어야 할 디딤돌 일 뿐이다!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멀쩡히 걸어다니던 다섯살짜리 아이(재혁) 가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해 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아침부터 엄마의 예감은 좋지 않았고, 평소와는 달리 재혁이도 소풍을 가기 싫다며 짜증을 부렸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여느날처럼 아이를 자전거 뒷자석 보조의자에 앉혔고, 천천히 가고있었다. 그런데 천천히 가고있던 자전거를 5톤트럭이 깔아 뭉갰고 엄마는 갑작스럽게 중심을 잃으며 자전거 운전대에서 손을 놨다. 그리고 돌아본 풍경은 참담했다. 재활용품이 가득 실린 5톤 트럭 바퀴에 깔린 아이. 한번으로 부족했는지 다시한번 아이의 허리를 밟고 앞으로 이동한 트럭. 미친듯 소리치는 엄마.. 하지만 그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을만큼 엄마는 몹시 놀란 상태였고 아이는 원복이 다 찢어진 상태로 쓰러져있었다. 이후의 기억은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일일이 손이갔던 큰 아이와는 달리 스스로 모든걸 해결하려 했던 둘째아이.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난감해 하던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던 엄마는 그 말을 절대 믿고 싶지 않았다. 엄마와 재혁이는 경비행기를 몰다 비행기 사고로 인해 척추가 부러졌지만 8개월만에 자신의 의지대로 걸어서 병원을 나간 모리스 굿맨의 영상을 아이와 함께 보며 다짐에 다짐을 했다. 아마도 엄마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이 영상을 보며 다짐을 한 듯 하다.
걸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새로 도착한 휠체어를 타며 신나하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이라는 것에 한계가 있어 난 그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을 듯 하다. 찢어질듯한 고통을 참으며, 미어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아이에게 함박 웃음을 보였던 엄마는 가슴으로 울고 또 울었을 것이다. 장애를 얻기 전과 얻은 후 그들에게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라보였다. 유영석의 '네모의 꿈' 가사처럼 세상은 네모 투성이었다.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턱, 계단, 버스, 지하철, 택시 세상 모든게 네모라 느껴졌다. 그것들 중 가장 불편하게 느껴진 네모는 사람들의 네모난 시선이었다.
아이에겐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 외엔 입을 열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이 생겼다. 그것마저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꼬마를 보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하지만 재혁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무안함에 사람들은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툭 뱉은 후 사라졌다. 아마도 이런것들이 아이가 더 입을 다물게 만든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FAMILY = FAther + Mother + I + Love + You
[ 의미 :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 190쪽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혁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줄 아는 너무도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자랐다. 누구에게나 칭찬을 들을만큼 건강하게 자란 재혁이는 오히려 힘들어 하는 엄마를 위로할만큼 정신이 건강한 아이였다. 때론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건강함에 만족하지 못한 채 자신이 가지지 못한것들을 갈구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몸은 건강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오히려 재혁이의 삶이 더욱 빛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들에겐 앞으로 이겨내야할 시견이 산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 아직 격어보지 못한 것들이 재혁이에게 때론 상처를 주겠지만 재혁이는 분명 건강하고 바르게 잘 이겨나갈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책에 담지 않은 수없이 많은 고통들이 눈에 보이는 듯 해 때론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보단 그들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는게 그들에게 더욱 힘이 될거란 생각이 든다.
그들을 바라보는 네모난 시선. 그들의 외모만 보며 동정을 하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기도하며, 재혁이와 엄마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들이 되기를 바래본다. 책을 통해 그동안 내 시선이 혹시나 네모난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에 반성도 해보며,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너무 감사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감사하는 하루를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