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NET]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 듣도 보도 못한 쁘띠 SF
이선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5월

"혹시 개인적 분노와 행성적 재난을 헷갈리시는 건 아니시죠?"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라비다 행성인들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나는 무오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 그런데 행성감기에 걸려 땅의 성질이 바뀌어 버리면서 무오나무의 무오들은 더이상 땅에 떨어지지 않게 된다. 라비다인들은 행성의 유일한 식량인 식물 소군을 굽거나 찌거나, 삶아서 먹곤 하는데 그것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행성감기라는 것이 인체에 해를 주거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행성성이 바뀜으로써 그들에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들은 채식을 주로 하지만 농사를 지을줄은 모른다. 그동안 무오나무들은 알아서 스스로 열매를 맺었고, 스스로 열매를 땅에 떨어 뜨렸다. 라비다 인들은 그저 땅에 떨어진 열매(소군)의 껍질을 툭 치기만 하면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식량난이 생기고 서로 몸을 공유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되자, 평소 즐겨보던 지구의 '농사의 전설'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농사의 고수들은 그저 연기자일 뿐 농사의 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라비다 행성의 농업 사령관 띵은 이를 알지 못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페러디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설정도 내용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느껴졌다. 재미를 느끼며 동시에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더이상 스스로 열매를 떨어뜨리지 않는 무오나무의 이야기를 보며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지구의 문제들을 떠올릴 수 있었고, 자신들과는 사뭇 다른 지구인들을 보면서도 편견없이 바라보는 라비다 인들의 멋진 모습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반성해 볼 수 있었다.

과연 라비다 인들은 행성감기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농사의 기술을 지구인들로 부터 배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 해보라 권해주고 싶다. 재미도 감동도 느끼며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는 책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나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