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 독깨비 (책콩 어린이) 53
패니 브리트 지음,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작은 기적 이다."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

아이들 책이라기에 얇고 작은 책을 떠올렸는데 생각보다 커다란 책이 집에 도착했다. 책의 표지도 아이들 책이라기엔 너무 어둡고, 인물들의 표정도 왠지모를 슬픔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책을 펼치고 빗방울 인 듯한 그림 하나와 슬픔이 느껴지는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 아빠는 운다" 왜일까 라는 궁금증을 느끼며 책을 한장 더 넘겨본다. 아빠가 우는 이유는 술 때문 이었다.


오전 열한 시 부터 술을 마시는 아빠. 한모금, 두모금 들이키며 멋진 계획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세모금 들이킨 후 아빠는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울기 시작한다. 주인공 루이의 동생은 아빠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루이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그림에서도 글에서도 슬픔이 느껴진다. 그런 아빠를 지켜보는 루이는 감수성이 무척 예민한 아이로 보인다. 잠들기 전 괴로움을 잊으려는 듯 한참이나 우는 아빠를 지켜보는 모습에서 아빠의 슬픔을 공유하는 듯 했다.


루이의 아빠와 엄마는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 아빠의 집에서 엄마의 집으로 돌아온 날 차안에서 동생이 아빠가 부르던 노래를 부르는 순간 엄마는 몰래 눈물을 닦는다. 함꼐 살지 못하는 가족, 술을 마시는 아빠 그리고 남몰래 우는 엄마.. 이들에게선 슬픔이란 단어 외에 다른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루이가 빌리를 떠올리는 그 순간 책의 색이 확 달라진다. 금빛 바탕에 너무도 예쁜 소녀가 책을 읽는 모습이 등장하고, 이것만으로도 루이의 첫 사랑이 빌리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빌리르 처음 본 순간 심장속에서 바위가 폭발하는 것처럼 아픔을 느꼈다는 말과, 대부분의 사랑이 안 좋게 끝난다고 생각하는 루이. 알게모르게 부모의 영향이 미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빌리에게 고백할 생각을 하는 루이에게서 조금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엄마와 장을보러 나간 날 누구도 모르게 빌리의 선물을 사려는 계획을 짜는 루이. 엄마가 이를 말리진 않겠지만 걱정할 엄마를 위해 몰래사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이스럽지 않아 보인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듯 해 속이 짠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취한 아빠가 밤중에 엄마를 찾아온다.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 엄마와 아빠를 의식하는 루이. 그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눈을 꼭 감아버리는 루이. 그리고 다음날 눈이 벌게진 엄마를 보며 아주 잘 잤다고 말하는 루이. 여전히 엄마를 걱정하는 철든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다행히도 가족에겐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어느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인진 모르겠지만 아빠가 변하려는 노력을 하게되고 이전과는 다른 아빠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지내는 동안 아빠의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루이의 동생이 벌에 쏘이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2시간만에 달려온 엄마는 집에서 보이던 무력함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아빠와 함께 앉아 깔깔거리며 웃는 달콤한 소리가 울려퍼지는 집.. 상상만으로도 행복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 행복함이 오래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빠는 괜찮을꺼란 생각에 술을 마시게 되고.. 책의 그림들은 다시 회색빛이 감돌게 된다.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조금은 우울한 가족의 이야기였지만 회복하려는 의지가 아직 남아있기에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책을 통해 이번에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어떤삶이 행복인지, 서로를 위해 어떤 부분들을 노력해야 하는건지.. 다양한 생각을 하며 지금보다 더 행복한 내 가정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 책이기에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해주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