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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은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나무 연구자인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다. 지구 건강이 숲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숲우듬지는 산소를 생산하고, 담수를 여과하고, 햇빛을 당분으로 전환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며, 무엇보다 이곳에는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 도서관이 자리한다. 지구 건강을 지키는 이 복잡한 삼림 기계를 유지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세금이나 자금이 소요되지 않는다. 저자는 “숲은 여덟 번째 대륙이다”라고 정의한다. ‘우듬지’는 나무나 삼림 생태계의 상층부로 이끼의 우듬지는 지면에서 높이 3cm 지점에 있지만, 일부 열대 나무의 우듬지는 높이 90m 지점에 있기도 한다고 한다.
숲은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알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기후 위기로 전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로 인한 인간 및 동식물의 피해를 매년 실감하고 있다. 세상이 발전하는 속도에 정비례해 자연 파괴는 가속화되며, 무분별한 벌채로 전 세계 우림의 3분의 2가 사라지고 있다. 나무 수가 줄어듦에 따라 지구는 온난해지고, 숲은 타오르며, 곤충 매개 감염병이 확산한다. 우리가 파악하지도 못한 생태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구가 지속되려면 반드시 숲이 건강해야 하며 미래세대도 숲을 누릴 수 있도록 보전해야 한다고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강조하고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용기 사용 줄이기조차 실행에 어려움이 많다.
책에서는 남성 중심인 과학계에서 소수자로서 폭력과 차별을 겪고도 어느새 나무처럼 우뚝 선 여성과학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6장 과학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서 “첫째, 똑똑하고 강해지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둘째, 언제나 다른 여성을 보살피고 지지하라.”라는 2가지 지혜를 모든 소녀와 저자는 공유하고 싶어 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여성은 태어날 때와 죽을 때만 뉴스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며 탄생과 죽음 사이에 이름을 올리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저자가 어릴 때에는 겸손과 편협한 가치관과 낡은 성 편견이 맹목적으로 뒤섞여 있어서, 여성들에게 본인이 이룩한 업적을 자랑하거나 주위에 알리거나 큰소리로 떠벌려서는 안 된다고 요구받는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 21세기에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구시대적인 사회, 교육 환경에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하고 두각을 냈다는 점이 정말 멋있게 느껴졌다.
아마존, 호주, 인도네시아,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산림 화재가 발생하고 있음을 뉴스를 통하여 자주 접한다. 세계의 모든 숲이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인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끝이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숲이 생태계에 주는 혜택을 10가지로 요약하면 담수, 기후 조절, 의약품, 건축 자재, 탄소 저장, 에너지 생산, 식량, 수많은 생물종의 유전자 도서관, 토양 보전, 영적 장소 등이다. 큰 나무들은 탄소를 저장할 뿐 아니라 토양에 그늘을 드리워 지구 기온을 온화하게 유지한다. 열대림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방출하며 강우 패턴을 유지하는 등 지구 전체의 기후 조절 중추로 기능할 뿐 아니라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함에도 생물 다양성을 가장 풍부하게 보유하며 육지 생물종 3분의 2 가까이에 서식지를 제공한다.
저자는 현재 우리 행성이 가진 최고의 자산으로 거론되는 숲을 보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모든 인간은 나무에 경외심을 갖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 둘째, 우리가 지출하는 내역이 어떤 식으로 삼림 벌채에 기여하는지 유념해야 한다. 셋째, 시민과학자가 되자. 넷째, 숲을 다루는 읽을거리를 전부 읽고 거기에서 얻은 지식을 가족, 친구, 선생님, 학교, 스포츠 팀, 지역 사회단체에 공유하자. 다섯째, 말하지 못하는 나무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자. 앞으로 숲을 보존하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실에 맞는 노력을 하고 자원낭비를 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일에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계기로 숲우듬지, 나무과학자, 생물 다양성, 초식곤충, 등의 다소 친숙하지는 않는 분야에 대해서 지식을 한 스푼 획득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일상에서 기후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지구촌 시민으로써의 역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