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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법정 허위 통역’ ‘네팔’ ‘여신’ 등의 도통 장르를 감잡기 어려운 단어들이었기 때문에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었다.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 나는 이 이야기가 현실과 맞닿아 있음에 오는 공포를 느낀다.
나에게 있어서 네팔은 너무 먼 나라이다. 네팔의 여신, 쿠마리 문화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역시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멀찍이 두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게 잔인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네팔인 여성, 차미바트. 그런 그녀의 사건을 맡은 변호사 구재만의 의뢰로 법정 허위 통역을 하게 된 장도화.
ㅡ 할게요.
ㅡ 정의 실현에 승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1p)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한 겹 씩 겹쳐지는 현실은 나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보라색 나비를 끝까지 쫓아가야 해.’ (40p) 라는 차미바트의 말이 도화를 어디까지 데리고 가는지,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방사능 폐기 시설이 세워져 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네팔의 여신’이 일으킨 범죄로 네팔리를 혐오하는 사람들, 불법체류자가 되어 하청업체에서 제대로 된 생활도 못하고 갇혀지내는 이들,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커녕 미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 없이 현실이다. 아니, 우리가 고개 돌려 피했던 현실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책은 여신의 눈으로 그 현실을 똑바로 직시한다. 고개 돌려 현실을 피해도 이들은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다양한 이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인공 도화는 그 세상에 작은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밀고 들어간다.
자신이 직접 들었고,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 그 끝에는 도화를 꼿꼿하게 바라보는 차미바트의 시선이 있다.
ㅡ ‘바다가 보고 싶어요.’
ㅡ ‘기다려. 내가 너를 바다로 데려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