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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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복잡한 일상 속에서 그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우울감을 경험하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자 앨릭스 코브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로 15년 넘게 우울증을 뇌과학을 통해 연구해왔다. 뇌과학이란 우리에게 궁금한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막연한 추측이나 희망적인 관점이 아니라 과학적인 원인 분석을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머리말에 등장하는 ‘우울증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고찰’ 이라는 타이틀이 무척 든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뇌과학이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학문으로 우울증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단순명료하게 서술하고 있어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부에서 우울증에 걸리는 원인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2부에서는 뇌가 상승나선으로 갈 수 있도록 실제적으로 생활의 변화를 주는 방법 운동, 수면, 습관 등 다양하고 구제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우울증을 마음이 약해서, 안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서 생기는 것이라기 보다 다양한 뇌 회로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촉발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우울증에 빠지는 상황에 대한 뇌에 대한 반응들을 읽다보면 평소에 후회하면서도 되풀이 하게 되는 많은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되었다. 우리의 뇌란 부정적인 것에 의해 쉽게 활성화 하고, 습관화 된다고 한다.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려라(p154)’
라는 문구가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완벽하려고, 틀리지 않으려고, 하지 않아도 될 고민까지 하게 되고 결국은 문제 앞에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적이 많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설령 잘못된 방향이라 할지라도 한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것이 나의 뇌와 몸에 더 좋은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로인해 뇌의 부위들이 활성화되고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이다.
습관에 관한 대목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우리의 행동의 대부분이 굳어진 습관적 행동이나 충동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에 대한 자각과 동시에 나의 노력으로 좋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가도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다.

 

뇌의 상승나선을 가동시키는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은 운동이라고 한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설마 뇌에도 유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운동이 몸에 나빠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 져버리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의 방법은 나에게 무척 잘 맞았다. 당장 오늘부터 매일 1시간씩 헬스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좋을 때 산책을 한다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들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는 문구가 오히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조금은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에는 수면도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평소에 수면시간이 짧고 패턴이 일정하지 않아서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는데 그것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통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울증의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디선가 인간의 뇌는 사회적인 뇌로서 진화해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인간은 타인과의 어떠한 관계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 존재이다. 적극적인 관계 형성이 아니더라도 다만 주변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뇌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 책은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과학적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무리하지 않은 문제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읽고 있으면 나도 조금씩 변할 수 있다고,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지면, 뇌의 활동도 변화된다고 한다. 일단 오늘부터 나의 뇌를 위해서 산책을 하고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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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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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멸종 위기 동식물들의 속마음을 만화와 좀더 세세한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2~3페이지씩 풀어나가는 책이다. 위트 있고 재미난 만화와 담담하고 짤막한 글이 웃음을 주면서도 마음을 강하게 찌른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가슴 깊이 와 닿고 무서워졌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은 동식물들이 피해를 당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열린 동계올림픽으로 사람들이 들썩였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기에 더 관심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3~5일간 열리는 스키 경기를 위하여 500년이 넘은 주목들이 있는 보호림 정선 ‘가리왕산 원시림’의 주목 10만 그루가 잘리고 그 자리에 스키 경기장이 생겼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올림픽이라는 좋은 취지의 행사를 위해 거대한 자연이 파괴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마음 한편이 씁쓸하고,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일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동식물과 자연들이 사라지고 있을까. 주목은 오랜 기간 천천히 성장해, 나무가 단단해져서 항암제 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온실가스를 흡수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목을 스스로 조르고 있는 듯 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바이러스, 기생충, 휴대폰 전자파, 농약과 살충제로 인한 오염 등 다양한 이유로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꿀벌은 단지 꿀만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과일, 채소, 다양한 식물들이 꿀벌의 수정으로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식물 생태계가 붕괴되어 식물들이 사라지고, 그 식물들을 주식으로 하는 동물들도 사라져 결국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과연 인간만이 영향을 받지 않고 무사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이 아닐까?

 

책 뒷면 날개 부분에 “지구상의 생물들 중 어느 한 종을 잃는 것은 비행기 날개에 달린 나사못을 빼는 것과 같다.-폴 에를리히”라는 문장이 삽입되어 있다. 꿀벌이, 저어새가, 귀신고래가, 다람쥐가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사못이 하나하나 빠져, 인간들의 욕망으로 높이 더 높이 올라간 비행기는 어느 한 순간 추락해버릴 것이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물론 동식물들의 것이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일 것이다. 좋은 여행자란 여행지를 훼손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과 잘 지내고, 다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는 자가 아닐까.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킬로미터, 놀랍게도 세계 1위라고 한다. 대중교통, 머그컵, 텀블러 같은 소소한 실천들. 다른 생명을 이해하려는 노력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며 지구의 좋은 여행자가 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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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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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간 가장 정통한 로마 이야기로 인정받은 책‘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역사서. 그 시대를 생생하게 서술하는 티투스 리비우스로 인해 다시 한번 로마사에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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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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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로 로마사를 접하게 된 후 로마사에 푹 빠져 여러 종류의 로마사나, 역사소설들을 자주 읽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 된 ‘리비우스 로마사’에서 처음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책 뒷면의 “우리 시대에 로마사가 살아있는 것은 리비우스 덕분이다.”라는 추천사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수 많은 로마사들의 최초라고 말 할 수 있는 책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 ‘티투스 리비우스’는 기원전 59년~기원후 17년,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살해당하고,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가 내전을 벌이는 로마의 큰 격동적인 시기, 공화정이 무너지고 제정으로 이행되는 시기 로마사를 집필한 역사가이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기원전 753년 로마가 건국되는 순간부터 기원전 9년까지 744년의 시간을 43여년 동안 140권 넘게 집필하였으나 현재는 총 35권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 시대를 살아간 역사가가 쓴 생생한 로마사인 것이다.


트로이 함락 후 아이네아스가 탈출하여 그 후손인 로물루스가 팔라티움 언덕에 로마를 세우고 7명의 왕을 거쳐서 로마는 공화정이 되었고, 긴 시간 원로원과 시민, 집정관과 호민관 등 으로 구성된 공화정의 시기을 지나 다시 황제가 탄생하고 제정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로마가 탄생 이후 주변 국가들과의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시키고, 때론 패배하며 로마라는 큰 국가가 만들어가는 초기 단계의 과정들이 담겨있다.

지금까지 접해왔던 로마사들은 대개 건국 이후 마리우스나 술라 등 유명한 독재관을 거쳐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등 인물들이나 큰 사건에 초점을 맞춰 서술된 경우가 많아, 언덕 하나에서 시작한 작은 로마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차츰 강대하고, 융성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준다. 거대한 제국 로마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마치 연대기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건국 초기, 나라를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구가 증가해야 하고, 여성의 숫자가 적었던 로마는 속임수를 써서 주변 국인 사비니족의 여인들을 약탈하고, 한다. 이 사건은 서양 미술에서 자주 작품의 주제로 사용해서 낮설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 사건이 이루어지는 과정, 이후 로마와 사비니족의 관계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리가 율리우스력으로 알고 있는 최초로 1년을 12개월로 나눈 달력이 사실은 로물루스 이후 시민들이 직접 뽑은 로마의 두 번째 왕인 누마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역시 새로웠다. 또한 타르퀴니우스왕을 마지막으로 원로원과 공화정 시대로 접어든 후, 집정관 한명, 한명의 시기에 일어났던 큰 사건들, 주변국과의 끊임없는 전쟁들, 공화정이라는 제도 안에서 원로원과 평민들 사이에서 협력하고 대립하며 로마라는 나라와 제도를 발전해나가는 단계적인 과정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없이 술술 넘어갔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성기 유럽 최초로 제국을 건설하고, 이후에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준 로마 제국이 작은 팔라티움 언덕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 이렇게 잘 보여준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또한 역사적인 사실을 단순히 서술하는 것만이 아니라 로마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과 타락한 시대에 대한 반성, 슬픔들 같은 개인적인 시각도 책 속에서 종종 보여지고 있어, 2000여년 전 리비우스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히 들리는 듯 했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현재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1-10, 21-45 총 35권이 남아있고, 1-5권으로 구성된 1권을 시작으로 총 5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쓴 로마사 전체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다음 출간될 2권이 무척 기대된다.

"누구나 압제를 피하려는 열망이 강하지만 그 열망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압제를 가하게 된다. 우리는 불의를 배격하지만, 오히려 남들에게 불의를 저지른다. 마치 불의는 내가 저지르거나 아니면 남들로부터 당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처럼."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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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근현대사 - 제국 지배에서 민족국가로
오승은 지음 / 책과함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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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나라 역사와도 많이 닮은 동유럽과 발칸반도의 역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책이 많지 않아 아쉬워하고 있었던 중에 이렇게 동유럽 근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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