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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멸종 위기 동식물들의 속마음을 만화와 좀더 세세한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2~3페이지씩 풀어나가는 책이다. 위트 있고 재미난 만화와
담담하고 짤막한 글이 웃음을 주면서도 마음을 강하게 찌른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가슴 깊이 와 닿고
무서워졌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은 동식물들이 피해를 당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열린 동계올림픽으로 사람들이 들썩였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기에 더 관심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3~5일간 열리는 스키
경기를 위하여 500년이 넘은 주목들이 있는 보호림 정선 ‘가리왕산 원시림’의 주목 10만 그루가 잘리고 그 자리에 스키 경기장이 생겼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올림픽이라는 좋은 취지의 행사를 위해 거대한 자연이 파괴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마음 한편이 씁쓸하고,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일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동식물과 자연들이
사라지고 있을까. 주목은 오랜 기간 천천히 성장해, 나무가 단단해져서 항암제 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온실가스를 흡수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목을 스스로 조르고 있는 듯 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바이러스, 기생충, 휴대폰 전자파, 농약과 살충제로 인한 오염 등 다양한 이유로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꿀벌은 단지 꿀만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과일, 채소, 다양한 식물들이 꿀벌의 수정으로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식물 생태계가 붕괴되어 식물들이 사라지고, 그 식물들을 주식으로 하는 동물들도 사라져 결국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과연 인간만이 영향을 받지 않고 무사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이 아닐까?
책 뒷면 날개 부분에 “지구상의 생물들 중 어느 한 종을 잃는 것은 비행기 날개에 달린 나사못을 빼는 것과 같다.-폴 에를리히”라는 문장이
삽입되어 있다. 꿀벌이, 저어새가, 귀신고래가, 다람쥐가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사못이 하나하나 빠져, 인간들의 욕망으로 높이 더 높이 올라간 비행기는 어느 한 순간 추락해버릴 것이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물론 동식물들의 것이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일 것이다. 좋은 여행자란 여행지를 훼손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과 잘 지내고, 다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는 자가 아닐까.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킬로미터, 놀랍게도 세계 1위라고 한다. 대중교통, 머그컵, 텀블러 같은 소소한 실천들. 다른 생명을 이해하려는 노력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며 지구의 좋은 여행자가 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