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 - 빼앗긴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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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권은 1권과는 다르게 빼앗겨 아직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세계 문화유산들을 다루고 있다.
책 표지에 '역사는 책으로 기록되기보다 약탈물로 기록된다. 융성한 국가의 뒷모습에는 전시 약탈의 흔적이 생생하다.'라는 문구가 있다.
실제 약탈 문화재들은 전쟁에서 전리품으로 빼앗기거나 지배당할 당시 강대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1세기에 들어 문화재의 반환시대로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약탈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위대한 문화재는 한 나라의 소유가 아닌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한 민족의 소유가 될 수 없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에서 소장해야 하며, 문화재의 보호를 위해서도 좀더 선진화된 세계적인 박물관에서 소장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펼치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예전 그리스 유명 배우이자 문화부장관을 지낸 '멜리나 메르쿠리'의 이야기를 통해 '파르테논 마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에도 소개되고 있는 '파르테논 마블'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벽면 조각들로, 1802년 영국의 엘긴이 100개가 넘는 신전 대리석 조각과 기둥 조각품 등을 뜯어갔다. 경제적 사정으로 엘긴은 이 조각들을 대영박물관에 판매하였고, 그리스는 계속해서 영국으로 파르테논 마블의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멜리나 케르쿠리는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파르테논 마블의 반환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했으나, 결국 1994년 그녀가 사망하고 2017년이 된 지금까지도 단 한점도 그리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파르테논 마블 이외에도 세계 최초의 약탈 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함무바리 법전 비문, 오벨리스크를 시작으로 이집트의 로제타석,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 나이지리아의 베닌 블론즈 등 반화되지 못한 많은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안견의 '몽유도원도'일 것이다.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려낸 조선전기 최고 걸작인 이 그림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일본의 '덴리대 도서관'에서 소장되어 있다.
몽유도원도는 2009년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소장자인 덴리대 도서관은 상설 전시도, 대여도 거의 하지 않고, 2009년 전시회에서 대여를 하면서도 더 이상의 전시는 불가능하다고 못받았다고 한다. 2009년 당시 전시 마지막날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원래 폐장시간인 9시를 넘어 전시는 자정 가까이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모두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를 이번 아니면 다시 못볼지도 모른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이 그림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측은 되나 정확한 유출 경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반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하니 정말 슬프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위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약탈 문화재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환수를 요구할 수는 없는 문제이겠지만, 언젠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 자리에 돌아온 몽유도원도를 우리나라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읽다가 인상깊은 문구를 만났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일부이다. 그것은 분리될 수 없다. 분리될 수 없는 것이 분리된 것, 그것은 모순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모순에 분노하는 것이다. 파르테논 문제는 파르테논 마블이 그리스와 불가분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다니엘 사피로, 문화재 반환, 소박한 요청> 중에서 ' 책 p132


문화유산이란 단순히 역사이기 때문에, 문화를 대변하기 때문에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유산이란 자신을 구성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그 나라의, 그 국민들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강대국들이, 대형 박물관들이 인식을 바꾸어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문화재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바뀌고, 문화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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