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 - 마스다 미리 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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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정말 짧아요.

긴 인생의 아주 잠깐이죠.

그런데도 마치 푸딩의 캐러멜소스처럼 다른 부분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입니다.

만약 사람이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난다면 틀림없이 싱겁고 시시할 거예요.

- 닫는 글 (P183)

생각해보니 최근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매일 일상에 쫓겨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만 가득한 요즘이었다. 그러던 중 만난 마스다 미리의 '작은 나'는 매일 신기한 일, 중요한 일, 즐거운 일로 가득한 긴 하루를 보내던 작은 나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맞아! 나도 이랬었지, 하고 공감하게 되는 글에 마스다 미리 특유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더해져 책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게 된다.

나만큼이나 커다란 가방을 매고 떨리는 마음으로 간 초등학교 입학식, 친구들과 놀이터를 뛰어다니면 놀던 날들, 선생님께 칭찬 받고 기뻤던 순간, 천둥이 치면 무서운 마음에 엄마에게 달려갔던 밤. 글을 읽고 있으면 어렸을 적 기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건널목을 건널 때 하얀 부분만 밟아야해" 같은 어른이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작은 우리들에게는 중요했던 규칙들, 길에서 본 강아지는 어디에서 잘까 궁금해서 잠 못 이루고, 부모님께 혼나면서도 꼭 그렇게 해야만 했던 행동들. 지금 떠올려보면 어린이였지만 나름의 생각으로 열심히 고민하고 온힘을 다해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반성의 시간. 성인이 된 지금 나는 그때의 나 자신을 까맣게 잊은 채 어딘가 어린이의 세계가 충동적이고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

그리고 놀랍게도 나에게도 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라 빨리 아침이 왔으면 하고 바랬던 때가 있었다. "가위로 밤을 싹뚝 자르면 좋을 텐데. 그러면 금방 아침이 올텐데."라고 마스다 미리처럼 생각했을 때가. 지금의 나는 주말이 끝나지 않기를, 내일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왜 밤은 이렇게 짧은 걸까를 외치고 있는데 말이다. 어릴 적 생일파티날 아침을 기대하고 방학이 끝나고 어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만나고 싶었던 날들을 떠올리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나는 아마도 행복한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작은 나를 떠올린 지금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기운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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