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빨강’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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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걸작그림을 한국만화 화풍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책을 만났다.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는 2011년 출간된 '마음으로 느끼는 조선의 명화'의 개정판으로 기존에 수록된 정선의 <인왕제색도>김홍도의 <좌수도해도> 등 10편의 이야기에 정선의 <청풍계도>, 전기의 <귀거래도> 2편이 추가되고 책의 내용과 무척 잘 어울리는 표지로 재탄생했다.



나에게 한국화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분야였다. 아무래도 더 자주 접했던 유럽작품들에 비해 간결하지만 뭔가 심오한 의미를 담은 것만 같은 수묵화는 어딘가 다가가기 힘든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저자 서은경이 차주봉과 묘묘를 통해 풀어내는 조선의 명화는 만화라는 형태를 통해 이전보다 작품을 접하기 쉽게 다가왔다. 조금 옛스럽고 정감가는 화풍 역시 그 느낌을 더하고 있다.



그림 작가 차주봉과 그의 친한 동생 묘묘와 함께 하는 12편의 작품과 관련하여 그림에 담긴 화가의 마음, 작품이 그려진 배경,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의 의미, 그림의 표현과 그 당시의 일들을 때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어느 날의 꿈속에서, 주봉이와 묘묘의 일상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준다.



책은 진경산수화를 창안한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로 시작한다. 예전 교과서를 통해 처음 알게된 작품이다. 우연히도 작년 어렵게 티켓팅에 성공해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그림이어서인지 어딘가 반가운 기분이었다. 인왕제색도는 정선이 60년지기인 사천 이병언의 쾌차를 바라며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웅장한 인왕산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고 그 아래쪽에 간소한 집 한채. 웅장하면서도 몽환적인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니, 다시 한번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부인의 비단치마를 잘라 결혼한 딸을 위해 그 위에 그림과 시를 담은 <매화병제도>, 묘묘와 미양이의 발걸음으로 따라간 <몽유도원도>,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을 잠시마나 들여다보게 해준 <사인휘호>, 한국화에 자주 등장하는 나귀나 소를 타고 가는 선비, 발을 씻고, 낙시를 하고 있는 소재들이 많이 그려진 이유, 그 속에 담긴 선비들의 사상과 염원, 이상,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 다양한 소재에 담긴 의미를 풀어낸 <고사 인물화·산수 인물화>,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한국화에 한걸음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작품을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것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화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려내었는지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전지식 없이 명화를 보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감동과 압도감, 끌림이 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듯 담고자 했던 의미를 알고 보면 더 깊게 보이고 마음 속에 오래 남는다. 한폭의 간결한 그림 속에 산이, 나무가, 사람이 새롭게 보인다.



한국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다보니 처음 보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라면 한국화와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이 책의 후속편이 출간되기를, 더 많은 조선의 그림들을 저자를 통해 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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