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후드 -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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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의 시각으로 볼 때 청소년기, 소위 사춘기, 중2병이라고도 이야기하는 시기의 행동들은 무모하거나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나 역시도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시기는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 성인으로 성장해나가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 야생 동물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의학박사이자 생태학, 진화생물학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전문 기자 캐스린 바워스는 인간이 마주한 난제의 해결책을 자연에서 찾으려고 하는 새로운 분야인 생물영감(bioinspiration) 혹은 생물모방(biomimicryy) 연구를 통해 청소년기, ‘종과 관계없이 청소년기에 공통으로 겪는 경험과 특정 시기’인 ‘와일드후드(Wildhood)’에 동물들이 익히는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안전확보, 사회적 지위 학습, 성적 욕구 제어, 어른으로서의 자립이라는 4가지 기술을 학습하고 경험해가는 과정을 탐구하고 우리의 청소년기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와일드후드는 지구상 모든 생물이 공동으로 물려받는 유산’이라는 저자의 글은 인상적이다. 킹펭귄 우르슬라, 점박이하이에나 슈링크, 북대서양혹등고래 솔트, 유럽늑대 슬라브츠의 위험천만한 여정은 와일드후드를 지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부모, 또래, 주변 성인들을 통해 학습하며 만들어지는 새로운 경험과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킹펭귄 우르슬라는 포식자에게 공격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부모의 보호에서 떨어져 홀로서기에 나선다. 포식자 학습은 생존에 큰 위협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을 더욱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범죄나 공포, 성인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가 사회의 위험을 간접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흥미로웠다. 청소년기의 호기심은 어느 정도 현대사회의 포식자 탐색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동물에게 지위는 중력이나 다름없다.

너무나도 강력해서 벗어날 수 없다.’ (P154)

탄자니아 응고롱고로산에서 태어난 점박이하이에나 슈링크는 모계의 서열이 되물림되는 하이에나의 사회에서 낮은 서열의 어미에게서 태어났다. 야생의 세계에서도 족벌문화와 지위와 특권이 되물림되는 금수저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슈링크의 여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태어날 때 주어진 사회적 환경은 학습, 서열이 높은 동물과의 관계 형성 등 다양한 조건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와일드후드는 생존과 직결되는 사회적 서열을 배우고 친구와 무리를 만들고 집단에 적응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제일 중요한 시기이다. 안간 청소년에게도 집단 내 서열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다. 사회적 뇌 네트워크가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사회적 지위에 더욱 민감하며 왕따, 무리내 괴롭힘 역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적응하고 대응하는가는 성인이 된 후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혹등고래의 구애의 언어인 노래는 세대를 이어 전해지고 청소년기 고래들은 어른 고래에게 사랑 노래를 배운다. 와일드후드에 학습한 구애의 언어를 통해 북대서양 혹등고래 솔트는 북대서양을 오가며 많은 자손을 탄생시키고 이제는 혹등고래 가계도의 대모가 되었다. 슬로베니아 숲에 살던 어린 늑대 슬라브츠는 겨울의 어느 날 가족과 함께하던 터전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섰다. 동물들이 성장의 시기에 독립에 떠밀리는 현상인 ‘분산’이다. 굶주림과 생존의 위험이 수반하는 그 길은 경험이 미숙한 와일드후드의 늑대에게 매우 위험하지만, 그러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통해 성인이 되어 가족을 만들고 무리를 이룬다.

애도, 인사 같은 야생동물들의 사회적 의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야생의 세계는 형태는 다르지만 그들만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와일드후드 역시 그렇다. 일부러 위험한 상황에 돌진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물 청소년과 인간 청소년의 행동은 많이 닮아있다. 성인이 되기 전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 야생 동물들의 모습과 학습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인간 청소년의 행동을 떠올려보니 지금까지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와일드후드에 그들은 변화화는 환경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른이 되기위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위험에 뛰어들고 학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야생 동물 청소년도, 인간 청소년도, ‘누구나 그 시간을 건너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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