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들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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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더 늦게 가기를, 마음은 더 강해지기를, 바다는 더 잔잔하기를, 집은 더 가까워지기를 소원하는 소녀가 있다. 생명을,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가족의 일부와 고향을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는 소녀를 태운 배가 항해하는 물결치는 바다에 내리쬐는 태양의 색감은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그 배 안에 사람들의 상황은 절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상을 수상한 작가 므언 티 반은 베트남 난민 출신으로 베트남의 공산화로 인해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베트남을 탈출한 자전적 체험을 소재로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고 아름다운 글을 자아낸다. 뉴욕 일러스트레이터협회 금메달리스트인 빅토 가이의 선명하고도 부드러운 일러스트가 더해져 '소원들'은 짧지만 강한 여운과 많은 생각할 주제를 던진다.



난민은 먼 나라, 어느 과거 시점의 존재가 아니다.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해야 할 나이에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아이들이, 가족과 스스로의 생명을, 때로는 자유와 자신의 사상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난민이 되는 이들이 지금 어딘가에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난민이란 낮선 단어가 아니다. 한국 역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당시 많은 난민이 발생하여 주변 국가로 이주한 과거가 있다.



2022년 UN난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1억 명 이상의 난민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아프가니스칸, 티베트, 미얀마, 세계 곳곳에서 전쟁, 정치적 상황, 테러, 빈곤, 자연재해 등을 이유로 삶의 터전을 강제로 떠나 난민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심각한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피해를 받는 기후 난민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이 정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민 수용 여부는 어느 나라에서나 찬반 논란이 있는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2018년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의 지위 인정 요청이나 2021년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반대 논란 등으로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논란이 뜨거웠다. 대한민국이 난민 수용에 대해 반대 의견이 더 높은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다보니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3%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더 낮은 수치에 놀라웠다.



난민 수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자국민 보호와 사회적 혼란,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

반대로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인도주의적 관점과 선진국으로 발돋음한 지금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책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나라들의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사례나 외국인 범죄의 경우 국내 범죄의 절반 이하라는 통계로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을 반박한다.



난민 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의 쟁점을 보면 어느 한쪽만 옳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모두 결국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함일 것이다. 다만 작가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는 더 안전하고, 더 친절하고, 더 공정하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고 있어요.

이 소망에 여러분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함께라면 꼭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 므언 티 반(작가의 말 中)


나 역시 더 안전한 세상을 바란다. 그와 동시에 더 친절하고 더 공정한 세상은 그렇지 않은 세상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안고 거친 날씨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작은 배에 의지해 아주 작은 것들을 소망하는 소녀의 소원이 이루어지기위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같은 소원을 빌고 있는 이들을 위해, 나 역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단 먼저 주변의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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