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역사 - 연기 신호에서 SNS까지, 오늘까지의 매체와 그 미래
자크 아탈리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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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디어만큼 우리에게 크고 빠르게 영향을 주는 매체도 드물 것이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넘쳐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지니게 되었고,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전세계 어디에서나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다른 이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정보 중에 과연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허위인지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매체의 기사나 뉴스에 대해 의문이나 거짓뉴스라는 의심을 가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다방면에서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자크 아탈리는 기원전 3만 년부터 현재까지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의 역사를 연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미디어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미디어의 역사는 기원전부터 사용되었던 연기, 외침 신호에서 시작한다. 기호와 문자의 발명, 말의 가축화, 바퀴의 등장으로 봉화, 전령과 전서구, 우편, 아비조(상인들이 필사하여 동료들에게 판매한 우편 소식지) 등 소수에 의해 전달되었던 수단들은 인쇄술의 발달로 17세기 초 신문이라는 형태로 발전되었으며 저널리스트가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신문 역시 이전의 정보 전달 수단처럼 권력에 통제 당하기도 하고 거짓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량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멀리 있는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소리로 전달하는 라디오와 영상을 제공하는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미디어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15세기 인쇄술의 등장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여러나라의 신문의 역사와 각 나라의 정치상황이나 권력자의 모습에 따라 검열 또는 권력에 억압당해 정치선전에 이용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반대로 언론의 자유를 통해 미디어가 발전하기도 하는 다양한 상황을 비교해서 볼 수 있어 국가의 정치 상황과 미디어의 상호작용을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나 더, 재미있는 점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같은 미디어는 모두 개인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한 사적 수단이 대중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미디어’란 정보를 전송하는 매체를 말한다. 미디어의 기능은 정보의 제공, 감시와 통제, 오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정보가 ‘정치에서는 권력의 원천이고, 그 소유주에게는 수익의 원천이며, 그 고객에게는 오락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슬프게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디어의 역할을 보자면 이 글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속 세계가 소설 속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는 과연 빅브라더에게서 자유로운가. 가끔 기사나 뉴스를 보다보면 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거대 언론과 권력자가 원하는 형태로 미디어를 소비하고, 근거 없는 거짓 뉴스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무서운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저자는 전통적인 미디어의 소멸과 디지털 기술을 독점하는 거대 기업이 우리의 모든 정보와 자유를 제어하고, 기술의 발달로 결국 어떠한 매체를 통하지 않고 사람의 뇌와 뇌 사이의 정보 전달이 가능해지면 생각 자체도 통제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미디어의 형태는 너무 빠르게 변화해왔고 팬데믹으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서로를 연결, 소통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누구나 정보를 제공받는 것뿐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생산자가 많아질수록 저자의 말대로 진정한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진실과 거짓정보을 구별하고 소셜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에 갇혀 자신만의 옮음을 주장하지 않으며 미디어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숙고하고 타인과 자신을 향해 관심을 가지라는 자크 아탈리의 글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점 더 방대하고 편리해지는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미디어가 나 자신에게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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