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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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에 유네스코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종에 속하며, '인종'은 생물학적 실재가 아니라 신화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류학자, 유전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이 모인 국제 패널에서 방대한 연구를 일별해 발표한 성명이었다. (서문 中)

생물학적으로 인종 간 차이는 종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는 없다. 오히려 인종 간의 차이보다 집단 속의 개인 간 차이가 현격히 크다. 하지만 슬프게도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과학적 테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종'이란 실재가 아닌 허구의 문화적 개념이라는 성명이 세상에 발표된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인종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건재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류학자 로버트 월드 서스먼은 이 책을 통해 스페인 종교재판, 식민지시대와 노예제, 근대의 우생학과 나치즘, 현대의 반이민 정책까지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인종주의의 역사를 통해 15세기부터 현재까지 인종주의의 형태와 왜 사람들은 인종주의를 믿어왔으며, 어떻게 변화해왔고, 어째서 지금까지도 만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인종주의는 크게 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의 후손들이 이주하는 과정에서 환경적, 사회적 영향으로 점차 퇴락한 인종이 발생했다라고 주장하는 '일원발생설(퇴락설)'과 인류와는 다른 별도의 기원에서 유래하는 후손이 존재하여 인종마다 생물학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라고 하는 '다원발생설(선아담인류설)', 두 가지 가설로 나눠진다. 초기에는 일원발생설이 좀더 영향력이 컸지만 점차 인종간의 생물학적 능력이 다르고 위계가 존재하며 태생적으로 백인이 아프리카인이나 아메리카 원주민, 아시아인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다른 인종에 대한 인간성을 부정하는 가혹한 대우는 정당하다는 다원발생설이 우세하게 된다. 흄이나 칸트 같은 저명한 철학가들도 인종주의적 인류학을 주장했으며 다윈의 종의기원이나 멘델의 유전학 역시 인종주의를 주장하는데 사용되었다. 

인간을 여러 인종으로 분류하고, 그 인종 간의 위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우생학은 유럽에서 싹을 틔우고 미국에서 발전했으며 결국 독일에서는 아리아인만이 우월하다는 히틀러의 논리아래 유태인, 집시 등 타민족을 박해하고 제거에까지 이르는 나치즘으로, 미국에서는 단종법 같은 최악의 형태로 나타났다. 독일의 나치와 미국의 우생주의자들의 교류와 상호작용은 결국 강제적 단종수술, 집단학살 같은 끔찍한 만행을 이라는 형태로 이어졌다. 

독일 나치의 특정한 민족 집단들에 대한 절명 정책은 말할 것도 없이 잔혹하고 절대 일어나선 안되었을 일이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더 놀라운 것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이러한 사실이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후에도 미국의 인종주의적 우생학자들은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여러 인종 집단이며, 집단 간의 역량은 유전적이고 선천적인 것이기때문에 환경이나 문화적 개입으로 변화하지 않으며, 노르딕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기 때문에, 인종의 퇴락을 가져오는 인종 간 혼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아래 우생학자들이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민족 집단, 정신박약자, 빈민처럼 사회적으로 부적합한 집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에 대해 강제로 혼인이나 출산을 금지하는 혼혈 금지법, 단종법, 이민 금지법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실행해왔다. 

하지만 미국 인종주의적 우생학은 인종을 인류학적 문화 개념으로 인식하고 각 민족 집단의 차이는 타고난 능력 때문이 아닌 환경적, 역사적, 문화적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를 시작으로 점차 늘어나는 과학적 연구와 객관적 탐구를 바탕으로 우생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학자들과 각각의 민족은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할 뿐이며 대부분의 정신적, 신체적 특징은 유전자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그가 자라나는 문화와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문화인류학과 환경결정론에 밀려 점차 그 힘을 잃어갔다. 

흔히 백인, 흑인, 유색인이라고 구분하는 가장 큰 외관적 특징인 피부색은 태양 복사 에너지 양과 관련되어 있으며,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라시아, 아메리카, 대륙 각지로 이주 하면서 그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 적응의 결과일 뿐이다. 인종적인 특질이라고 여겨졌던 요소들은 환경적, 행동적 요인일 뿐 특정한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속적으로 과학적 발견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인종주의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반이민 정책이나 극우주의, 민족 집단 사이에는 다름만 존재할 뿐 위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음모론으로 몰고, 과학적 인종주의를 통해 신체적, 기질적 특질과 유전적인 상관관계를 주장하며 인종 간 혼합이 퇴락을 가져오기 때문에 분리하고 추방하고 배척해야 한다는 과거와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행하는 크고 작은 행동들을 보자면 인종주의는 여전히 우리 인식 속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종주의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도덕적 판단과 과학적 사실들을 통해 인종이라는 단어를 통해 일어났던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이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 역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인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일군의 특정한 유전자빈도를 가진 인구 집단일 뿐이며 이주, 자연선택, 사회적, 및 성적 선택, 돌연변이, 무작위적인 유전적 부동 등으로 유전자빈도는 계속해서 달라진다.(Farber 2011)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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