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현대 미술 - 세상을 뒤흔든 가장 혁신적인 예술 작품들
수지 호지 지음, 이지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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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조 행위의 시작은 파괴 행위다.’ 파블로 피카소의 이 말은 현대 미술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앙, 미, 전통적인 가치를 담고 숙련된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오랜 수련의 시간이 필요했던 전통적인 미술과 달리 현대 미술은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키고 과거의 양식과 관습을 파괴하며, 기술보다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내면과 주장을 다양하고 파격적인 방식과 재료, 형태로 표현한다.



하지만 일단 현대 미술은 어렵게 느껴진다. 상징과 기호의 의미를 알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대체적으로 읽어내기 어렵지 않은 고전작품들에 비해 새로운 기법과 독창성으로 표현된 현대 미술은 예술가의 내면, 의도를 알지 못한 상태로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이 작품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레디메이드(기성품의 미술작품)’라는 개념을 창안한 마르셀 뒤샹의 <샘>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당황스럽다 였다.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시판하는 소변기에 서명을 하고 전시를 함으로써 기성품이 예술품으로 변화하였다.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발상이다.



그와 동시에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예술 혹은 미술이라는 단어의 어원적 의미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예술’이라는 단어는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창조 활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술의 형태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듯 단어에 담긴 의미도, 미에 대한 정의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1850년부터 현재까지, 인상주의부터 입체주의, 다다이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디어아트, 설치 미술과 퍼포먼스, 참여형 예술까지 <발칵 뒤집힌 현대 미술> 속 미술 세계를 뒤흔든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 50점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미술계를 변화시킨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과 작가들의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고 참신한 발상을 통해 만들어내는 세계는 기이하게, 때로는 도발적이거나 전복적인 방식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에두아르 마네, 파블로 피카소, 피에트 몬드리안, 살바도르 달리,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이브 클랭, 쿠사마 야요이, 데미언 허스트, 애니시 커푸어, 뱅크시까지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성적이고, 복합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표현해온 예술가들에 의해 현대 미술, 동시대 미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과거 작가에 의해 창조된 작품을 감상하는 위치에 있었던 관객은 이제 작가와 함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는 존재가 되었다.



최근 리움미술관의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에서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던 이브 클랭의 강렬한 파란 색과 신체를 붓으로 변화시킨 인체 퍼포먼스는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지만 그 강한 인상은 오래 남아 계속 작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데미언 허스트의 죽은 동물을 이용한 설치미술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 중 가장 직접 관람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죽은 상어가 떠 있는 포룸알데히드 탱크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과연 두려움과 덧없음 중 어떤 감정이 더 깊게 다가올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산업화는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고, 그에 따라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혁명과 글로벌화와 함께 미술의 표현과 방법은 더욱더 넓어져갔다. 현대 미술은 때로는 격렬한 반발을, 때로는 엄청난 찬사를 받는다. 환호, 분노, 충격, 경악, 비판, 작품에 대한 반응의 방향을 각각 다르지만 현대미술이 예술을 좀 더 넓게 확장시켰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현대 미술이 시대별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작품과 시대상을 통해 들여다보며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현대 미술 작품을 어떤 방식과 마음으로 마주해야 하는가,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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