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괴수괴인 도해백과
고성배 지음, 백재중 그림 / 닷텍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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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강렬하다. 옛날 만화 잡지에서 본 것 같은 이 컬러풀하고 개성적인 괴수괴인들은 대체 누구인가. 대체 이 책 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인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전세계의 악마, 마물들을 모아놓은 ‘검은사전’, 한국 고문헌 속에 등장하는 이상한 식물사전 ‘괴초록’, 조선 민간 부적들을 모은 ‘잃어버린 조선의 부적들’ 같이 제목만 봐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색적인 책을 출판하는 닷텍스트(구 더쿠)는 매번 어쩜 이렇게 독특한 책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신기해하며 다음 책을 기대하게 만드는 출판사다. 타이밍을 놓치면 구하기 힘들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한국 요괴 도감’, ‘동양 요괴 도감’같은 책들은 전국 서점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게 되어 드디어 이런 장르의 책도 점점 더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즐거워하던 차에 이번 역시 무척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이름하여 <전격해부 SF 괴수괴인 도해백과>. 초기 SF영화에 등장하는 괴수, 괴인 50종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괴수괴인들의 드로잉, 생태, 도해 각부 명칭 등을 통한 각각의 특징, 배경 등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등장 영화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금성수, 바란 등 12종의 괴수, 아스트론델타인 같은 16종의 우주괴인, 모울맨, 아토믹 몬스터 등 22종의 지상괴인까지 1910년부터 1970년대 영화나 시리즈물에서 등장하는 괴수들의 탄생배경, 피해자, 약점, 은신처 같은 상상력이 흠뻑 가미된 정보들을 담은 재미있는 설명과 드로잉을 보고 있으면 괴인괴수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궁금하게 만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50편의 작품이 다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 구석구석 꼼꼼하게 볼수록 더욱 재미있다. 식집사가 될 수 있는 식인식물 오드리 주니어를 키우는 방법이나 골렘 제작 요령을 진지하게 읽고 있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계속 눈길이 간다. ‘우주에서 온 10대’라는 1959년 영화에서 등장하는 아직 10대인 호전적 외계인 토르가 지구를 침략한 이유가 거대 랍스터인가 싶은 모습의 별미 괴수 가곤을 키우기 위해서라니, 고전영화 상상력 너무 멋지잖아!!!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고전작품에 등장하는 괴수, 괴인은 그로테스크하고 무섭다기보다는 어딘가 묘하게 귀엽다는 느낌도 든다. CG나 그래픽 기술이 뛰어난 지금의 괴물과는 달리 많이 어설프지만 그것이 오히려 기억 속 향수를 자극한다. SF영화나 특촬물에 등장하는 괴물이 실존한다면 어떤 구조를,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까. 글과 책 디자인을 담당한 고성배 에디터와 일러스트레이터 백재중 작가의 협업이 만들어낸 마치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괴인과 괴수의 세계를 통해 순간이지만 어린 시절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이것이 진정한 레트로의 세계인 것인가.

과거 만화잡지를 보는 것 같은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편집과 매 장마다 다른 구성, 심지어 8~90년대 문방구에서 볼만한 딱지놀이, 미니보드게임, 종이인형 같은 레트로 게임들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친구와 진지하게 늑대인간 딱지놀이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니. 최고다.



책 한권으로 고전 영화, 레트로 게임, 괴인괴수에 대한 궁금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재미와 정보, 게다가 레트로한 감성까지 모두 잡은 <전격해부 SF 괴수괴인 도해백과>.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옷은 건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독특한 소재를 아카이빙한 책들이 계속 출판되기를, 닷텍스트의 롱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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