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 건들건들 컬렉션
존 위딩턴 지음, 장기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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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이 있는 암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사건이 떠오를까. 나는 “브루투스, 너마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원로원 등 암살자 무리에게 공격을 당하며 친구 브루투스에게 이렇게 외쳤다는(실제 카이사르가 한 말이 아닌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우스 시저’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하지만) 카이사르의 암살이었다. 유럽문화와 종교, 사회 체제에 많은 영향을 준 로마 제국이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황제의 시대를 만든 인물인 카이사르가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 로마 제국은, 유럽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까?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4,000년이 넘는 암살의 역사를 보여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는 기원전 2000여년전 이집트 파라오의 암살부터 중세시대 왕과 권력자, 오스만 제국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살인들, 근대 프랑스혁명,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열강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 새로운 나라와 국경을 만들어가면서 벌어진 암살들, 대통령, 언론인, 유명인, 극단주의자에 의한 사건, 현대의 민족해방을 이유로 벌어지는 수많은 암살 사건들의 역사, 그 속에 담긴 배경, 결과까지 암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수의 암살자가 벌이는 암살은 그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수많은 무기와 인원이 동원되는 전쟁만큼이나 역사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현재 이슬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인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갈등 역시 3대 칼리프 오스만과 4대 칼리프 알리가 암살당한 이후 후계자 계승 방식을 놓고 충돌하여 크게 두 파로 갈라지게 되었고 그 결과 아랍 세계는 1,50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으로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보스니아에서 암살당한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사건만으로 유럽을 뒤덮은 전쟁이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슬아슬한 국가 간의 분쟁 관계에 불을 붙이는 촉매재가 되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죽음은 방송으로 중계가 되어 더 큰 충격과 영향을 주기도 했다. 반대로 권력을 잡기 전부터 이후 독일 총통이 될 때 까지 여러 번 시도 되었지만 매번 실패로 끝난 히틀러의 암살이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암살의 역사를 보다보면 혹시 이런 일이 없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고대, 로마제국과 중세시대, 기사도시대와 종교전쟁의 시대, 근대와 오늘날의 암살, 그리고 암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펼쳐지는 암살의 기록들은 시대에 따라 암살의 목적도 방법과 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권력에 대한 욕망, 정치적 명분, 이념 갈등, 종교, 복수, 경제적 이유까지 다양한 이유로 인류의 역사 내내 암살이 이루어 졌지만 시대별로 다른 주요 암살 목적을 통해 그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암살이란 어떻게 생각해보면 전쟁보다 합리적일 수도 있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 역시 많은 인명과 자원을 투입하고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전쟁보다 대상자 한명을 살해함으로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암살을 뛰어는 전력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맹자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 역시 폭군살해로서의 암살을 영웅적 면모로 보며 지지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대의나 종교적 신념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폭군이나 독재자를 살해함으로서 폭정이 없어지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때, 책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암살 사례의 성공률을 보자면 과연 얼마만큼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암살이란 필요악인가, 아니면 없어져야 할 행위인가.

역사란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암살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통해 이번 역시 새로운 역사의 한 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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