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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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당신만을 사랑할 뿐이에요. 다른 사람에겐 전혀 관심 없어요.” 사랑을 할 때 흔히 하는 말 중 하나다. 과연 그 중 얼마정도나 진심이 담겨있을까? 이 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루이스가 도로시에게 한 이 말은 완전한 진실이다.



어느 정도 유망한 할리우드 배우였고 현재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사십대 중반의 도로시는 연애에도, 일에서도 적당히 행복하다. 평범한 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 사귀기 시작한 폴 브레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일어난 자동차 사고를 통해 루이스라는 청년과 만난다. 부상을 당한 루이스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도로시는 매력적이고 어린아이와도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그와 평온하고 기묘하며 즐거운 날들을 보낸다.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편한 정원사 복장을 하고 정원 등나무 의자에 앉아 스카치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시를 낭송하며, 석양을 바라보고, 루이스가 도로시를 위해 구입한 오래된 롤스로이스를 매주 일요일 오전에 함께 세차를 하는 두 사람의 시간은 이상적일 정도로 행복한 풍경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잘 만들어진 꿈의 공간처럼 보인다.



계속 한 집에서 생활하는 루이스와의 사이에 남녀관계를 걱정하는 폴의 의심을 푼 후에 세 사람은 기묘하지만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던 어느날부터인가 도로시 주변에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의 죽음이 이어진다. 여배우와 사랑에 빠져 도로시를 배신한 전 남편 프랭크가 자살한 채 발견되고, 도로시와 좋지 않은 관계였던 할리우드의 권력자 볼튼이 살해된다. 뒤를 이어 도로시를 방문한 프랭크의 불륜 상대였던 루엘라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남녀간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주였던 기존의 사강 특유의 감성에 더해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루이스와 도로시 주변에서 벌어지는 잇따른 죽음과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주목받고 성공의 길에 들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음에도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오직 유일하게 자신에게 무엇도 원하지 않고 조건 없이 호의를 보여준 도로시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죄책감이나 고뇌 없이 무서운 일조차 서슴치않는 루이스의 모습은 지나치게 맹목적이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무구한 어린아이 같아 애처롭기도 하다.



루이스가 한 행동을 모두 알아채고 난 후에도 도로시는 그를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도로시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을 때 루이스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 묘사될 때마다 어딘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지만 도로시와 함께 있을 때의 그는 마치 따뜻한 햇빛 아래 있는 행복한 고양이 같다. 나만을 사랑해주고 나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매력적인 청년이라니, 죄책감과 두려움, 행복과 애정이라는 복잡한 감정 사이에서 어찌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도로시의 마음의 동요에 한편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루이스는 할리우드의 스타가 되어 거대한 저택과 명성을 얻게 되지만 모든 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폴과 결혼한 도로시의 집으로 돌아온다. 어떤 성공을 얻어도 루이스에게는 도로시의 애정외에는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과연 기묘하고 어딘가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도로시와 폴, 루이스 세 사람은 어떤 끝을 맞이할 것인가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세 사람은 마지막까지 서로의 마음의 파수꾼이 되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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