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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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한 순간조차도 어딘가 쓸쓸하고 공허하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건조하게 그려내는 남녀간의 불안한 심리와 교차하는 관계를 통해 사랑이나 서로간의 관계가 얼마나 덧없는가를, 그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빠져들게 되는 마음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달 후, 일 년 후>는 1957년 사강이 세 번째로 발표한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를 배경으로 말리그라스 부부가 주최하는 월요 살롱을 통해 만난 이들의 교차하고 엇갈리는 감정의 이야기다. 교양있는 중년의 남성 알랭은 아름답고 난폭하며 열정적인 단역 배우 베아트리스를 사랑한다. 노르망디에서 온 알랭의 친척인 젊은 청년 에두아르 역시 베아트리스에게 첫눈에 빠져든다. 섬세한 감성을 지닌 작가 베르나르는 부유하지만 권태로운 조제를 사랑하지만, 조제는 자신과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연하의 자크와 연인관계이다. 니콜은 남편 베르나르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베르나르는 자신의 가족이자 행복이었던 니콜을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제와 베르나르는 많이 닮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르나르는 조제를 사랑하고, 조제는 베르나르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조제에게 있어 자크는 낯설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베르나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결국 자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알랭과 에두아르, 졸리오가 사랑하는 베아트리스는 연극을, 자신의 열정을 사랑한다. 헌신적이고 맹목적인 에두아르는 베아트리스의 냉대에 상처받고 방황하지만, 배우로서의 자신에 열중하고 연극 무대 위에서 비로소 진정한 삶을 느끼는 그를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알랭 역시 베아트리스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전하는 것 조차 하지 못한 채 열등감과 좌절과 함께 중독 속으로 빠져든다. 남편인 알랭과 베르나르로 인해 상처받은 파니와 니콜는 자신의 자리에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사람은 사랑을 하는 동안 시시각각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욕망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롭기 때문인걸까.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186)

'한 달 후, 일 년 후‘는 프랑스 비극작가 라신의 희곡 ’베레니스‘의 이별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시간의 흐름은 대부분 이별과 슬픔으로 끝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고, 함께가 아닌 혼자가 되는 순간 지독한 고독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미래가 아닌 현재를 택한다. 나 역시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의 고독을 상상하기 보다는 현재의 행복과 고통에 충실하고 싶다. 그럼 혹시 한 달 후, 일 년 후에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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