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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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집이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어떤 미소>, <마음의 파수꾼>, <길모퉁이 카페>, <한 달 후, 일 년 후>, <마음의 푸른 상흔> 총 5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 일단 너무 예쁘다. 파스텔톤의 표지와 세련된 느낌을 담은 하드커버의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작가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떤 면에서는 어딘가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



단편집 <길모퉁이 카페>는 ‘결별’이라는 테마의 19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때로는 시간과, 삶과, 나 자신과의 헤어짐과 고독을 사강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건조한 필체로 이야기한다. 담담하게 마음을 저리게 하는 단편들을 읽고 있으면 사랑이, 시간이 지나가고 남은 어느 자리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비단 같은 눈」에서 친구와 아내의 불륜을 눈치 챈 남편은 열 시간 가까이 사냥을 위해 산양을 쫒지만 결국 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아름다우면서도 냉철한 그 산양은 마치 아내를 투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남자의 여자」는 친구와의 골프 게임을 일찍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남편의 외도의 흔적을 발견하고, 게다가 불륜의 상대의 의외의 정체에 또 한번 충격을 받은 부인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란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혹은 상처를 받으면서도 상대방을 포기하지 못한다. 자신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기에 더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두렵기도 한 것 같다.



명절 선물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여 파티와 선물을 할 돈이 없다는 말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지메네스트르 씨는 꾀를 내어 동물보호소에서 개 메도르를 데리고 오지만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하지만, 메도로와 함께 간 성당에서 벌어진 의외의 사태로 결국 가족 모두와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보낸다. 처연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개 같은 밤」은 여타의 작품들과는 느낌이 조금 신선했다.



표제작 「길모퉁이 카페」의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나와 소중한 누군가에게도, 운명에게도 아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카페로 간 마르크를 보며 과연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결정조차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인간은 과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독의 늪」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유일하게 두려운 자유롭고 매력적인 프뤼당스는 우연히 지나게 된 늪에서 평소 삶에 충만했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누구나 때때로 자신의 모습이 진짜 인지, 가면을 쓴 만들어낸 존재인지 불안할 때가 있지 않을까. 자신이 행복한 것인지 아닌지 조차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글은 많은 화두를 던진다.



“마르크랑은 다른 연애랑 다를 것 없어. 아무것도 과장하지 마. 인생은 흘러가니까.” 

(P104, 어느저녁 中)



사강의 글을 읽고 있으면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조차도 외롭다는 느낌이 종종 떠오른다. 삶은 행복하기도 하지만 불안하고 덧없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고 소중한 무언가가 생기기도 할 것이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그의 글들은 생의 어느 순간 마주친 길모퉁이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덤덤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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