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골목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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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골목이 보인다면 거기에는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여행을 계획하면 'EBS 세계테마기행'을 찾아보는게 어느새 당연한 일처럼 되어버렸다. 1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세계 곳곳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들었고,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곤 했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보니 더욱더 반가운 프로이기도 하다.

그런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만난 여행지들의 골목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이 출간되었다. 컴팩트한 사이즈에 형형색색의 세계 여러장소의 골목 사진들은 책을 펴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 여행을 다닐때는 그 곳의 랜드마크는 꼭 방문해야 한다던가하는 자유롭기 위해 떠나면서도 의무감과도 같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떠나곤 했다. 하지만 예정없이 들어간 어느 장소, 그 도시의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작은 길과 구석구석 나 있는 골목들이 원래 목적했던 장소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곤 했다. 골목이란 장소는 어딘가 정겹고 그리운 느낌을 준다.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지만, 과거 골목은 공동체의 공간이었고, 그 속에서 이웃끼리 삶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공간이었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줄넘기나 운동을 하면 뛰어놀고, 어르신들이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평상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도시화의 편리함과 맞바꿔 정겨움은 조금씩 보이지 않게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종종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유럽 이민자들이 도착하는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카지구는 가난한 사람들이 남는 조각과 페인트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었고, 그 결과 알록달록한 다채롭고 생동감있는 골목을 만들어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과거 유럽의 건축 양식이 많이 남아있어 아름다우면서도 그 속에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란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술레는 무척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다른이의 지붕위가 길이 되고 누군가의 집 굴뚝이 쉼터가 되는 골목 풍경은 공간을 더불어 공유하고 나누는 그들의 삶과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거대한 화강암에 둘러싼 산 속에 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불어 기대어 집을 짓고 길을 만들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포르투갈 몬샌토의 독특한 풍경은 도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각기다른 풍경을 지닌 골목의 사진들은 보고 있자면, 그 장면 속 거리의 예술가,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뜨개질을 하는 여인, 일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여러 이들의 삶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건물과 건물 사이,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물리적 공간인 골목에 사람이 모여 그들만의 역사, 문화, 장소를 만들어낸다. 환상적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 독특한 매력을 가진 마을,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게 하는 정겨운 골목, 다양한 세상 속 더 다채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산책의 시간이었다.

'그들의 삶을 존중할 것. 그러니까 내 삶이 존중받기를 원하듯이.' (Prologue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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