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염 : 모빠상 단편집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기 드 모파상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이자 10여년간의 짧은 문단생활 동안 <여자의 일생>, <벨아미>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소설과 약 300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남긴 기 드 모파상의 사랑의 여러 형태를 담은 단편집이 펭귄클래식 레드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빨강과 보라의 강렬한 표지가 제목과 잘 어우러져 눈을 사로잡는다.

살아가며 가장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일 중 하나가 자신의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랑, 분노 같은 격렬한 감정은 더욱 그렇다. 시간이 지난 후 후회를 한다해도 그 순간만큼은 그 감정만이 나를 지배하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정염(情炎)'이라는 단어는 '불같이 타오르는 욕정'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열보다 더 격렬하고 강렬한 감정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기품있고 훌륭한 부인이 젊은 장교에게 사랑에 빠져 가족과 명예,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려 했으나 결국 그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했던 표제작인 '어떤 정염'을 비롯하여 두 자매와 한 남자의 어긋난 애정을 담은 '고백', 어린 시절 한순간에 사랑에 빠진 후 자신의 평생을 바친 '의자 수선하는 여인'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밖에 사랑할 수 없다고 믿는 손녀에게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본능 같은 것이라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옛 시절', 우정과 사랑의 어긋남이 만들어낸 비극을 담은 '어린 병사'를 포함한 20편의 단편들은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격정적으로, 마치 광기에 빠진듯하고 모든것을 걸기도 하는, 이야기 속 다양한 모습을 통해 그 감정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를 배신하기도 하고, 결국 자신마저 파멸에 이르게 만들기도 하는, 하지만 설령 그 결과를 알게 되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생 어렵게 살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일생을 바쳤지만 그에게 존재 자체도 인지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애정과 헌신을 비웃음당하는 인물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사람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만, 자신 역시 평생을 죄책감 속에 불행하게 살아가는 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랑에는 정염이라는 열정적인 감정 만큼이나 거대한 허무함 역시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짧막한 단편소설 하나하나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들은 왜 기 드 모파상이 당대 최고의 작가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가를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글에는 그 시대 고유의 사상과 감정이 담겨있다. 하지만 동시에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울림을 주는 무언가가 존재하기에 고전이 시간의 구애없이 사랑받는 것일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각가지 사랑의 모습이 어딘가 낮설지 않은건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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