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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ㅣ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평점 :
그러고 보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있어도 좋은 시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태어나는 존재는 언젠가 죽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 아닌 것처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살아간다. 아마도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의 죽음이란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무척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미국에서 장의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례 문화와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여러 형태를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때로는 리얼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리고 때로는 먹먹하고 담담한 방식으로 마주하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갈수록 더 상업적이고 기업화되어 가는 미국의 최근 장례문화에서부터 미국 콜로라도주 크레스톤의 야외 화장, 노스캐롤라이나주 인간 재구성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타나토라자의 마네네 의식, 멕시코의 망자의 날, 스페인과 일본의 장례 문화, 볼리비아의 냐티타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막에 위치한 조슈아트리 묘지에서의 자연장까지, 전통적인 장례 의식에서 현대적인 장례 절차까지 세계 곳곳의 여러 장례에 대한 인식과 형태를 단순히 조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방문하고 참여함으로서 더욱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세상에는 각기 다른 망자에 대한 애도의 방식이 존재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하고, 스마트카드 하나로 고인의 불상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적인 방식의 루리덴 납골당을 보자면 일견 추모라는 형태를 너무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갈수록 고령화되고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외로운 죽음이 점점 더 늘어가는 시대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이를 미라의 모습으로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옷을 갈아입히고, 보살피는 타나토라자 사람들은 마치 삶과 죽음이란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역시 짧은 시간에 장례의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상을 치르고 묘지를 쓰고 제를 올리는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 따라 산소나 선산에 시신을 안치하는 매장이 주였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화장 비율이 이미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수목장 같은 자연장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또한 장례의 절차 역시 가족과 친인척들이 주도하던 예전과는 다르게 상조회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 역시 점점 더 늘어가면서 장례문화가 상업화되고 마치 서비스업처럼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요즘, 책에서 보여주는 죽은 이를 떠나보내고, 추모하는 다양한 모습들은 형식과 애도의 관계를, 나는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를, 내 소중한 이를 떠나보냈을 때 나는 어떻게 애도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 방식이 어떨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나 역시 좋은 시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