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 초판본 비밀의 화원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동화책 중에 하나가 바로 ‘비밀의 화원’이다. 아이들만의 비밀스런 장소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어 나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1911년 출간되었던 오리지널 커버와 18세기 영국 일러스트 작가인 찰스 로빈슨의 오리지널 일러스트가 수록된 <시크릿 가든>은 오랜만에 어릴 적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특히 고전적인 느낌이 가득한 일러스트는 머나먼 과거로 이끌어 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무관심한 부모 때문에 태어나 성장해가는 거의 모든 순간을 인도인 보모와 하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심술쟁이 메리 아가씨는 부모를 잃고 요크셔의 황무지에 있는 친척 아치볼드 크레이븐 고모부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정감 넘치는 하녀 마사, 자연과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마사의 동생 디콘,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외톨이 왕 같은 사촌 콜린, 자신과 어딘가 닮은 정원사 벤, 온화하고 현명한 마사와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자신의 아들 마저 외면하며 고독 속에 살고 있는 크레이븐 고모부를 만나게 된다.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명령하는 것만 아는 까다롭고 냉소적인 메리의 심술 속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자신이 외로워서 짜증을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통을 부리곤 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던 메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자인 울새를 만나고 처음으로 자신이 외롭고 쓸쓸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친구가 된 울새를 통해 비밀의 화원으로 인도된 메리는 방치된 채 죽어가던 정원이 디콘과 메리의 노력으로 다시 되살아나듯 자신 역시 몸과 마음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변화해가고, 더 나아가 콜린과 크레이븐 고모부의 삶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콜린의 말처럼 마치 ‘마법’과도 같이 말이다.

 

성인이 된 후 다시 읽은 ‘비밀의 화원’ 속의 디콘과 메리, 콜린. 세 사람이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비밀의 정원을 가꾸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나 저택 어른들을 모두 놀라게 한 한밤 중 콜린과 메리의 싸움 장면은 다시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박수가 나올 만큼 삶의 지혜가 가득한 소어비 부인의 말들은 새롭게 다가온다. 자연과 생명력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린이들이기에 가능한 마법같은 변화들이 어찌나 눈부신지, 어렸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로 가득했다. 특히나 최근에는 외출을 거의 못하다보니 답답했던 마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가지 꽃과 나무가 자라며 풍성하고 화려해지는 정원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최근 눈여겨보는 출간 소식 중 하나가 ‘더 스토리 초판본 시리즈’다. 오래전 읽었던 책들을 멋진 초판본 사양과 일러스트로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새로운 감상으로 다시 읽어나가는 건 생각 이상으로 즐겁다.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이 출간될지 점점 더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