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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 식물들의 조용하고 영리한 생활 -
식물 가꾸기는 나에게 유독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이다. 꽃이나 화초, 선인장 같은 화분 키우기에 몇 번인가 도전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슬프게도 언제나 참패였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포기해버렸지만,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마치 내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대신해 준 것 같은 기분에 다시 도전해보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열었다.
저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는 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로 2014년에 이어 이 책으로 2019년 두 번째로 ‘독일 정원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식물의 특성부터 다양한 식물들에 대한 상식, 식물을 올바르게 보살피는 방법 등 체계적으로 나열된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함께 식물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터라 너무 전문서인 경우에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는데 반해 ‘가을이 되면 잎들은 왜 색이 변할까?’, ‘식물마다 꽃 피는 때가 제각각인 까닭은?’, ‘화분에서 키우기 가장 적합한 식물은 뭘까?’ 같은 식물 가꾸기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했던 질문이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 화분이나 정원을 가꾸는데 유용한 팁들은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따뜻한 파스톤 색감의 삽화들을 보고 있자면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든다.
키가 20미터 정도 되는 너도밤나무는 하루에 10명의 사람이 하루 동안 숨쉴 수 있을 정도의 산소를 생산한다. 수국의 색이 푸른빛이나 분홍빛이 되는 이유는 토양의 수소이온농도(pH) 지수에 따라 결정되며, 현존하는 최장수 나무인 브리슬콘소나무는 나이가 무려 5,066세나 된다고 한다. 커피 찌꺼기는 정말 좋은 비료이고, 소금을 뿌려서 잡초를 없애면 안된다. 재미있으면서도 활용도 높은 지식들이 가득이다.
빛 파장의 차이를 감지하고 분별해 꽃을 피우고 봉오리를 오므리는 시간을 조절하고, 사막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담배가 애벌레 같은 적들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방어 조치를 하는 방법을 보면 식물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다시금 알 수 있다.
‘식물에게 말을 걸거나 음악을 들려주면 더 잘 자랄까’라는 물음에 말을 건넬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나 음악의 음파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동시에 식물에게 이러한 조치들을 해주는 이라면 자기가 아끼는 식물의 다른 요구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였으리라는 문장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이게 된다.
식물이란 알면 알수록 유연하고 영리하며, 효율적이고 강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잎이 떨어지는 과정은 모두 고도화된 생존 전력이다. 우리 눈에 비치는 아름답고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풍경들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좀더 복잡하고 과학적인 이유를 담고 있다. 생태계는 역시 신비롭다.
식물을 가꾸는데는 노력과 애정만큼이나 그에 따른 지식 역시 무척이나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왜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해왔는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번에야말로 화분 가꾸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하는 작은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