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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존의 질서와 전통, 도덕적 가치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기꺼이 망치를 든 매혹적인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와
현재 서양 미술가 중 가장 위대한 화가들 중 한명으로 손꼽히지만 생전 단 한 작품도 팔지 못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불태웠던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아름다움, 삶, 신앙,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예술가, 니체>라는 10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잠언과 고흐의 그림의 콜라보는 ‘명작과 명작의 만남’이라는 주제답게 가슴을 찌르는 명쾌한 문장과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깊게 마음을 흔들며 사색과 위로의 시간을 전해준다.
그대는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과연 그대의 마음 깊숙한 곳이 삶을 긍정하고 있는가? 그대는 만족하는가? 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만약 그대의 대답이 진실이라면 이 잔인한 삶에서 해방될 것이다. - 반시대적 고찰 (P62)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 중 왜 니체와 고흐일까.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 이외에는 그다지 닮아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던 한명의 철학자와 또 한명의 화가의 조합은 조금은 낯설기까지 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를 부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철학을 실천하고 삶과 현실을 사랑했던 니체와 우울증과 삶의 고통 속에서도 눈부신 정열로 자신의 모든 것을 예술에 바친 고흐, 두 사람이 추구했던 삶의 모습은 많이 닮아있었다.
기존의 가치를 부수고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니체의 사상은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니체의 잠언들은 평소 잊고 있던 ‘나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반시대적 고찰>, <즐거운 학문>, <이 사람을 보라>, <차리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저편> 등에서 발췌된 짤막한 글은 긴 생각의 시간을 가지게 만들고, 그 옆에 배치된 그림들은 그 시간을 더욱 깊게 한다. 좋은 잠언과 그림. 그야말로 호사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니체와 고흐의 만남이 주는 통찰과 위로는 하루가 다르게 과학이 발전하고 진보하는 지금 이 시대이기에 더욱 철학과 예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내가 동정을 비난하는 까닭은 그것이 수치에 대한 감정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타인을 동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무례한 짓이다. 동정은 운명을 파괴하고, 치명적인 고독에 특권을 부여하며, 거리낌 없이 죄를 용서한다.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를 동정할 때 느껴지는 고귀한 감상 때문에 이 무례한 괴물에게 도덕의 관념을 덧씌웠다. - 이 사람을 보라 (P110)
현대인들은 인간의 고민을 위선이라고 비난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결정하고 있다. 고민이나 사색은 그저 걸어가면서 해치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점차 품위를 상실하고 있다. 인간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단지 기계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머릿속에 이미 기계가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그 기계의 성능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품위가 결정되었는지 모른다. - 즐거운 학문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