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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you call by mine.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난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2018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그 해, 여름 손님>을 통해 아름다운 영상과 그 만큼이나 강렬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나 소설을 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두 사람의 그 후의 이야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로 이어지는 네 편의 이야기는 아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로마로 기차 이동 중 옆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미란다와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지는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차에서의 대화 후 미란다의 초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어지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새뮤얼, 미란다, 엘리오 세 사람은 새뮤얼과 엘리오가 로마에서 만날 때 마다 거닐던 각자의 기억의 장소 <성야>를 함께 하고, 엘리오는 올리버와 함께한 기억이 담긴 로마의 한 골목의 벽 '엘리오의 성야'에서 여전히 올리버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부른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가 내 손으로 삶을 붙잡았고 그 후로 모든 것이 바뀐 순간을 의미하는 장소예요. 가끔은 내 삶이 거기에서 멈추었고 오직 거기에서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P137)
카덴차에서는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엘리오가 파리의 생트U성당에서 열린 실내악 연주회에서 만난 미셸과의 사랑, 그리고 미셸의 아버지가 소중히 보관하던 유대인 레옹에게 받은 카덴차 악보에 얽힌 과거를 풀어나간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엘리오와 미셸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셸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눈을 감겨 줬으면 하는 사람이 엘리오이기를 바라지만, 엘리오는 그 순간 올리버를 떠올린다.
이어지는 카프리치오는 안식년을 맞이하기 위해 뉴욕을 떠나는 올리버 부부의 송별회에서의 이야기다. 자신이 욕망을 느끼는 에리카와 폴을 초대하지만 폴의 피아노 연주에서 20년 전 엘리오가 올리버를 위해 연주해준 <아리오소>를 통해 엘리오와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두 사람은 긴 시간 떨어져 있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디에 있던, 누구와 있던 끊임없이 서로를 떠올린다. 마치 과거 그들이 서로를 서로의 이름으로 불렀듯, 서로가 서로였던 그때와 같이.
그리고 마침내 다 카포는 이탈리아의 그 집에서 함께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그들은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이나 변했지만, 또한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다시 과거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포기하고 다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끌어안는다. 전편을 읽으며 꼭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를 바랬기에 함께 하는 미래가 반가웠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의 세 이야기에 비해 너무 짧은 분량이 아쉽기만 하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처럼 또 그 후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뒤편이 나오기를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엘리오를 사랑하는 미셸을 떠올리고, 미란다와 만남으로 자신의 깊은 외로움을 이해하는 새뮤얼, 서로가 함께 했던 것들을 통해 떨어져 있던 순간에도 항상 함께 였던 엘리오와 올리버를 떠올리며 생각해본다. 사랑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하고,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갑자기 이해되었다. 나는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조차 너무나 오랫동안 외로웠기 때문에 피처럼 현실적인 맛이 헛되고 황량한 오랜 세월의 아무것도 아닌 맛보다 훨씬 더 좋게 느껴진다는 것을.(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