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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ㅣ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도시는 모쪼록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3부작의 첫째 권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12가지 콘셉트로 도시를 읽어나간다. 2003년과 2009년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로 복간, 개정된 둘째 권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라>와 셋째 권 <우리 도시 예찬>의 바탕이 되는 저자의
도시에 대한 주제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과 기록,
알므르 예찬, 대비로 통찰,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현상과 구조,
돈과 표, 진화와
돌연변이>
그가
제시하고 있는 콘셉트를 통해 매일 접하기에 오히려 무심코 지나치는 도시의 다양한 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도 있는가
하면 도시와 연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도 있어, 좀 더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도시의 사회적, 문화적 현상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익명성’은 보통 도시의 부정적 요소로 보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 커질수록 익명성 역시 커진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적
삶의 근본조건은 익명성이다.”라고 말한다. 도시라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는냐에 따라서 익명성은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풍요로우며,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기도 한다.
공간이란
합의와 단합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또한 차별과 배척을 낳기도 하는 애증의 존재이다. 그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 중에 하나가 도시일
것이다. 광장, 아파트 대단지 같은 주제들은 익명의 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이 가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
도시는
인간의 욕망이 강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정치와 권력, 자본은 도시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주제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도시는
그만큼 권력과 자본역시 집중된다. 그렇기에 그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부패하고 타락한 도시가 되느냐 안전하고 풍요로운 되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도시의 힘은 권력의 부정적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응집은 거대한 힘을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는
항상 변화하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 특히 우리의 도시는 그 변화하는 속도가 무척 빠른 편이다. 마치 유행처럼 길과 건물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요즘은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짧게 사라져버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도시가 너무 빠른 속도에 지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 한편, 도시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흥미롭기도 하다.
나는
도시에 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아마도 오랜 시간 도시에서 살아갈 것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나는 이 공간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일상이 되었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도시의 풍경들에 대해 이 책은 조금 다른 시점을 가지고 바라보게
해준다. 저자의 말처럼 이방인의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면 이상하고 부정적인 면 만큼이나 좋은 점들 역시 많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나는
생각보다도 이 도시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었나보다. 앞으로 또 도시는 나에게 어떤 공간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