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동물은 우리의 형제도 수하도 아니고,

생명과 시간의 그물망 속에 우리와 함께 갇힌 다른 종족이다.'

헨리 베스턴<가장 먼 집 The Outermost Houst> 中 (P7)

 

2013년 12월 어느 저녁알레스카 주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주노에서 닉과 셰리는 검은 야생 늑대 로미오와 만난다한 순간 스쳐지나간 행복한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만남은 멘델홀 호수 영역을 정박지로 삼아 매년 로미오가 주노로 돌아오고인간과 서로의 경계를 유지하면서도 존중하고 개들과 친숙하게 교감하며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동화 속 이야기나 영화에서 보는 야생늑대는 대부분 사람을 잡아먹거나 공격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였다시간이 지나면서 어릴 적 빨간모자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던 늑대는 점점 평생에 한번 접하기도 쉽지 않은 야성의 존재에 대한 동경과 경의가 담긴 신비롭고 환상적인 존재로 변해갔다그렇기에 내가 로미오라는 이 아름다운 검은 야생 늑대에게 첫 장부터 흠뻑 빠져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레트리버 다코타와 로미오와의 첫 만남해리와 그의 개 브리튼과 함께 공유한 많은 시간들개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고처음 만났을 때 닉을 경계하고 100미터 넘는 거리를 유지하던 로미오가 오랜 시간을 거쳐 어느 새 10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편하게 쉬는 모습들은 마음을 울렸고미소 짓게 만들었다닉과 셰리해리를 비롯한 로미오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로미오가 만든 공간을 마음대로 침범하지 않고그의 방문을 반기면서도 인간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위험에 빠질 것을 걱정하며 행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야생의 존재와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로미오의 존재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로미오의 등장에 기뻐하는 사람만큼이나 경계하고 기피하는 사람도 많았다야생 늑대가 자신이나 자신의 주변을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나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로미오를 공격하는 사람 역시 많이 있다총을 쏘거나 차량으로 공격하기도 하고독을 타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호기심과 호감을 내새워 음식으로 길들이려고 하거나 개로 로미오를 유인해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적대와 혐오의 감정 만큼이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호감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로미오와 함께 한 시간만이 아니라 늑대에 대해 모르고 있던 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늑대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담겨있다배우자와의 강한 유대와 무리와의 관계를 보면 늑대가 얼마나 사회적이고 유대적인 동물인지 알 수 있었다더불어 야생 늑대가 이유 없이 인간에게 심각한 공격을 가하는 경우는 극소수이며 다른 야생 동물에 비해서도 극히 드문 일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로미오가 자연에서 자유롭게 존재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7년은 마음 아프고 씁쓸하면서도 아름답고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책을 덮고 나니 마치 하얀 눈밭에 울리는 로미오의 하울링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로미오로미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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