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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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에 대해 예전 예술적, 인물적, 시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던 것을 넘어 좀 더 다양한 시점을 통해 보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미술을 보는 즐거움이 더욱 넓어졌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시리즈는 약 12년 전 1권이 출판되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 6년 전 개정판 출간되었고, 드디어 이번에 두 번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돌아왔다. 1권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이번 2권 출간이 더 기대되었다.

 

예술과 거리가 먼 분야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과학이다. 화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를 표현하는 미술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화학이 만나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이 책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야기하듯 미술에 사용되는 재료들의 많은 부분이 화학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재료도 점점 더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으며, 원근법, 명암법 같은 수학적, 과학적 원리가 미술 속에 다양하게 녹아있다. 미술과 과학은 생각보다 가깝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의 일부가 갈색으로 시들고 있는 것은 해바라기의 밝은 노란색을 얻기 위해 쓴 크롬 옐로라는 염료가 개기환경과 외부 조명에 의해 변색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아마 고흐 자신도 오랜 시간과 빛의 화학 작용이 작품의 색을 변색시킬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라바조의 입체적이고 강렬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빛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빛에 대한 과학적 원리를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여 테네브리즘이라는 명암법을 통해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어내 우리를 그의 그림 앞에 한없이 멈춰서있게 만든다.

 

그렇다고 미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엘 그레코, 마사초,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고야, 터너, 밀레, 고흐, 클림트 같은 위대한 화가들의 삶의 이야기, 작품에 대한 시대적, 도상학적 이해를 통해 과학적이면서도 인문적이고 예술적인 시선으로 화가와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쿠르베의 자서전과도 같은 그림들 속에 담긴 그의 일상과 생각, 그림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카라바조의 삶, 밀레의 만종에 얽힌 이야기들. 뭉크의 ‘절규’에서 보여주는 하늘 색을 밝혀낸 노르웨이의 기상학자들, 그림에 대한 표절 논쟁들. 다양한 관점들이 화가와 작품을 좀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림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전혀 다른 무언가가 보이고, 몰랐던 이야기가 들린다. 분야의 편견 없이 이성과 감성 모두를 통해 바라보는 미술은 한 방향에서 바라볼 때 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아마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가 매번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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