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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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자기만의 방]을 읽었다. 분량이 많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까.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 상위권 목록에 있지만 선뜻 읽기 시작하지 못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이번 솔출판사의 <버지니아 울프 전집> 출간을 계기로 드디어 첫 페이지를 열었다.

 

20세기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모더니스트, 페미니스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1927년 출간된 등대로(To the Lighthouse)는 저자의 가족과 유년시절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총 페이지의 절반 이상의 분량에 해당되는 1부 <창>은 램지 부부가 그들의 여덟 명의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위해 섬의 별장에서 머물던 때, 램지 부인이 어른 아들 제임스에게 다음날 배를 타고 등대를 가기로 약속을 하는 어느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 램지 씨, 가족과 손님을 하나로 묶고, 누구에게나 의지가 되는 가정적인 램지 부인과 아이들, 독립심 강한 여성이자 화가인 릴리 브리스코우와 램지 씨의 친구와 동료인 월리엄 뱅크스와 찰스 탠슬리 등 다양한 인물의 생각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2부 <시간이 흐르다>에서는 10년 후 램지 부인과 딸 프루, 아들 앤드루의 죽음과 별장의 쇄락함으로 세월의 흐름을 짥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3부 <등대>는 다시 그 별장을 찾은 램지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램지 씨와 아들 제임스, 막내 딸 캠은 10년 전 가지 못했던 등대로 향하고, 릴리는 10년 전 완성하지 못했던 그림을 드디어 완성한다.

 

뚜렷한 사건이나 화자 중심이 아닌 버지니아 울프 작품의 특징인 <의식의 흐름>기법을 통해 인물들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여러 사람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이야기에서 튕겨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문장의 힘으로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게 된다.

 

자상한 부모로서의 모습, 가정적인 부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주변 모두에게 친절하고,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제각각의 모습의 애정을 보내는 램지 부인은 그 시대의 여성의 교본과도 같은 모습일 것이다. 권위적인 램지 씨조차 불안한 순간이 오면 램지 부인에게 의지하고 동정을 구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릴리에게 결혼을 계속 권유하기도 하지만 그런 램지 부인도 혼자만의 사색에 잠기는 시간, 자유로움과 모험을 꿈꾸기도 한다.

 

이야기는 램지 부인이 중심이 되었던 1부에서 3부 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릴리의 생각을 중심으로 흐른다. 가정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묶는, 누구에게나 주는 인물이었던 램지 부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홀로 자신의 힘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릴리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에서 시대와 여성을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이 느껴지는 듯 했다.

 

역시 버지니아 울프는 어렵다. 헌데 다음 작품을 또 읽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마치 그녀가 그것을 한순간 명확하게 본 것처럼 갑자기 강렬하게 그녀는 그림의 한가운데에 선을 하나 그려 넣었다. 됐다, 끝났다. 그래, 브러시를 내려놓으면서, 극도의 피로를 느끼면서, 나는 드디어 통찰력을 획득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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