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빨강머리 앤 : 에이번리 이야기 (오디오북)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낭독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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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은 나의 좋은 친구였다. 솔직하고, 감성이 풍부하고, 고집도 센, 그래서 인지 사건사고도 많은. 그런 앤과 함께 웃고 슬퍼하고 두근거렸던 시간이 무척 행복했다. 그래서 일까. 성인이 된 지금도 빨강머리 앤을 접할 때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든다.

빨강머리 앤이 태어난 지 벌써 100여년이 지났지만, 책, 관련 에세이, 영화, 드라마 등으로 지금도 우리 곁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앤은 오디오북을 통해서였다.

오디오북이란 신기하다. TV와도 오디오와도 책과도 어딘가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을 때 종이 냄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종이 넘기는 촉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처음 오디오북을 접했을 때 과연 읽어주는 책이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어색함도 조금 있었다.

그런 나에게 오디오북의 즐거움을 알려준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에서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즐겁게 들려주었던 ‘이지혜 배우님의 목소리로 만나는 빨강머리 앤과 에이번리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에 마음이 설랬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이야기인데도 처음 만나는 것 같은 기대감이라니.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은 음성파일을 담은 USB와 종이책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한 가지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오디오북은 USB를 통해 음성파일을 PC, 스마트폰 등으로 복사해서 다양한 장소, 이동 중에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 [빨강머리 앤-에이번리 이야기]는 [초록지붕 집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앤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에이번리의 학교 교사가 되는 열일곱 살의 앤의 하루하루가,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쉴 새 없이 펼쳐져 34개의 음성파일, 총 14시간이 넘는 분량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시간, 평소처럼 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북을 들어보았다.

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는 앤의 설렘과 두려움, 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보낸 귀여운 편지들, 앤과 다이애나, 제인과 프리실라 네 사람의 즐거운 봄 소풍, 소중한 친구 다이애나와의 우정과 점점 더 멋진 남자가 되어가는 길버트, 자상한 마릴라 아주머니와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린드 부인, 화난 목소리로 첫 등장한 개성있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해리슨씨, 귀여운 쌍둥이 도라와 데이비, 앤의 영혼의 친구가 되는 폴 어빙과 애네타 벨, 앤서니 파이 등 귀여운 앤의 학생들과의 학교 생활.

에이번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지혜 배우님의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를 통해 피곤한 아침을 즐겁게 열어주었다.

지친 저녁 방에 조명을 모두 꺼놓고 듣는 앤의 이야기는 복잡한 생각들에서 멀어지게 만들어준다. 왜 빨강머리 앤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즐거운 사실은 3편 레이번드 이야기부터 8편 릴라 이야기까지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출간예정이 잡혀있어, 앞으로도 이지혜 배우님의 목소리로 점점 성장하는 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앤과 길버트의 대학생활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제일 좋고 행복한 날은," 앤이 언젠가 마릴라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대단히 멋지거나 놀라운 일, 신나는 일이 벌어진 날이 아니라

단순하고 사소한 즐거움이 실에 꿴 진주알처럼 한 알씩 미끄러지는 것처럼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생기는 날인 것 같아요."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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