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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방송 ‘알쓸신잡’과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책을 통해 알게 된 저자 유현준은 도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축가라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출판된 도시 에세이 역시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도시의 하늘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다. 도시와 공간에 대한 에세이에 왜 별자리가 나오지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처럼 나의 별자리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별자리’는 나의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공간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를 보는 것이다. 그 공간은 공룡의 화석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조금 더 알게 해줄 것이다. (P201)
1, 2장 [나를 만든 공간들]은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저자를 만든 공간들, 좋아하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른다. 앵두나무가 있던 마당, 친구들과 술래잡기와 고무줄을 하던 골목길, 그네를 타고 뛰어놀던 놀이터, 유치원의 재롱잔치,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학교 운동장. 나를 만들어간 공간들의 추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맨 마지막 문장은 ‘여러분의 지하철은 몇 호선인가?’이다. 나에게 지하철에 대한 인상이 가장 강한 건 언제인가 생각해보다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공간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인상 깊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한순간에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 준다.
3장에서부터 6장 [보물찾기]에서도 다양한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옥탑방, 잠수교, 한강, 서울역 계단, 남대문교회, 도서관, 덕수궁......다양한 장소를 따라가다보면 그의 기억 속의 장소와는 또 다른 나의 기억 속 그 장소의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하나의 장소를 나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신선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일이다. 책 속에 나온 두 개의 교각 사이로 떨어지는 빛이 아름답다는 한남대교 다리 밑에서 그 빛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글과 함께 담겨있는 양해철 사진가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가득한 사진들로 도시의 여러 장소들은 한층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옛 느낌이 나는 사철누드제본이 책의 정감을 더하는 것 같다. 180도로 펼쳐져 책을 읽기 편한 구성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실제본이 책에서 손을 놓고 싶지 않게 만든다.
여러분을 만든 공간, 지금 좋아하는 장소를 알게 되면 스스로를 더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Epilogue 中 (P408)
그러고보면 의외로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 많이 생각해봤는데 장소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공간이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장소라는 생각에서였을까? 이 책은 나를 추억의 시간으로, 좋아하는 장소로 떠나볼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나를 만들어준 공간들, 과거의 내가 행복했던 공간, 지금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떠올려본다. 몇몇 장소가 떠오른다. 이번 주말에는 지금 떠오른 장소에서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