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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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지폐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온도, 색채와 생각이 담겨 있다. (P21)

2009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을 도안 인물로 한 지폐가 등장했다. 앞면에는 신사임당이, 뒷면에는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인 ‘묵포도도’와 ‘초충도’가 인쇄되어 있는 오만 원권 지폐이다.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당시 찬성, 반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활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10년이 지난 올해 2019년은 3. 1.운동 100주년 기념해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한 누리꾼이 오만 원권 지폐에 유관순 열사를 합성한 사진이 공개되었다. 유관순 열사는 오만 원권 모델 중 유력한 후보 중 한사람이었다고 한다.

지폐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 그 시대의 사상,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외국 지폐를 보면 눈이 끌리는 경우가 많다. 평소 사용하는 지폐와는 또 다른, 나라마다 다양한 디자인, 소재, 색감 등이 마치 그 나라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흥미진진한 기분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가, 인문학자, 미학자, 여행작가이며 대만의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인 저자 셰저칭은 어렸을 적 우연히 손에 넣은 1961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행한 100코루나 지폐를 계기로 프라하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성장해, 25년간 97개국을 돌면서 지폐를 수집하고, 수집한 지폐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인 고야의 작품이 담긴 스페인의 지폐, 후투족과 투치족의 기나긴 대립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부룬디의 지폐, 인물을 배제하고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만을 담은 페로제도의 지폐 등 각국의 아름답고 사연 많은 지폐들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도 왕실이 존재하는 입헌국가제 태국의 국왕 라마9세가 디자인된 다양한 기념지폐와 북한의 김일성,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카다피 등 독재자가 인쇄된 지폐들은 지폐가 권위와 권력을 얼마나 나타내 보이는지 잘 보여준다.

1973년 캄보디아에서 발행한 1,000리엘 지폐 앞면에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듯 환하게 웃고 있는 여학생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로부터 2년 후 20세기 최악의 사건 중 하나인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술품 같은 지폐도, 산업화 또는 농경을 중시하는 시대상이 반영된 지폐도,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디자인된 지폐도 모두 각각의 소중한 이야기와 역사를 품고 있다. 책을 덮고 나니 더 많은 나라의 지폐들이 담은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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