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방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3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김효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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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추리소설의 세계

시대별로 대표적인 일본 추리소설을 소개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탐미주의적인 경향이 대두되어 순문학 작가에 의한 예술적 경향의 탐정소설이 창작되던 시기인 다이쇼 시대의 작가들,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쿠치 간,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의 단편들을 담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이라는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있을 정도로 순문학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라쇼몬’으로 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도 여러편 수록되어 있어서 더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덤불 속’은 소설 ‘라쇼몬’과 함께 영화 ‘라쇼몬’의 원작이기도 하다고 한다.

덤불 속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신. 범인을 찾기 위해 원님에게 심문당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죽은 본인의 혼령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명쾌한 대답을 주지 않고 오히려 미궁속으로 빠트리며 결말에서도 범인을 알려주지 않는다. 과연 그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머릿속에서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살인의 방’은 책에 수록된 단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만큼이나 내용도 흥미롭다. 어느날 친구 소노무라의 권유로 살인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러가게 된 ‘나’는 어느 남자를 목을 졸라 살해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후 커다란 서양식 욕조에 넣어 사람을 녹이는 용액으로 시신의 흔적조차 없애버리는 아름다운 살인자 ‘에이코’를 보게 된다. 소노무라는 그녀에게 흥미를 가지고 자신이 살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가까워지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만나게 된다. 다카하시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범죄의 현장들, 범죄자와 피해자의 심리 묘사가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의 ‘인조인간’은 마치 SF소설을 보는 듯 하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살인의 방], [길 위에서], [도둑과 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개화의 살인], [의혹], [덤불 속], 기쿠치 간의 [어떤 항의서],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의 [예심조서], [인조인간], 책에 수록된 총 9편의 단편 중 추리소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은 ‘길 위에서’ 한편 뿐이다.

이번에 소개하고 있는 단편들은 현재 우리가 많이 읽는 추리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른 작품들로 작품 해설에서 말해주듯 순문학과 추리소설의 경계를 뛰어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탐미적이고 환상적, 괴이적인 느낌이 강하고 인물의 깊이 있는 심리묘사를 통해 짧은 단편이면서도 긴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다이쇼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다양한 느낌을 가진 추리소설을 만나는 일은 기대했던 것 보다 더욱 즐거웠다. 앞으로도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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