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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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문화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미디어에서도 음식이나 식당에 대해 많이 다뤄지고, 맛집, 소울푸드, 먹방 등 음식에 관한 재미있는 단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집밥’은 특히나 정겹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단어다.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셰프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조리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저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들에 대한 유래, 역사,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때로는 산보를 하듯이, 때로는 집에서 김치찌개처럼 편안한 집밥을 차리듯이 친숙한 느낌으로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있다. 소개하고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너무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어서 배가 고플 때 읽으면 아주 위험한 책이다.

[한 접시, 오늘은 뭘 먹지?] 떡국을 시작으로 [여섯 접시, 맛있는 음식에는 이유가 있다]를 거쳐 HMR(가정 대체식), 집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설거지를 하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당연스레 주식이라고 생각하는 밥은 삼국시대 무쇠솥이 보급되면서부터 일반화되었고, 우리 조상들은 밥보다도 떡을 먼저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떡국 역시 삼국시대에 이미 ‘병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떡 하나도 한국, 중국, 일본, 나라마다 만드는 법도 다 다르고 형태도 다르지만, 세 나라 모두 신년에 떡국을 먹는 습관이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한번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로마, 메소포타미아에서 비롯된 만두의 여러 가지로 유래에 대한 이야기나 삶기, 굽기, 튀기기 등 지역별로 다양한 족발 조리방식을 보면서 음식 재료 하나에도 나라마다의 다양한 역사와 음식문화가 존재한다는 것 역시 새삼 깨닫게 된다.

오랫동안 즐겨 먹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음식 중에 의외로 역사가 길지 않은 음식도 보인다. 좋지 않은 고기라는 인식 때문에 돼지고기는 근대에 들어서야 많이 먹기 시작했고, 삼겹살은 사료의 수입과 주방기구의 발전으로 1980년대 초반에서야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 김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춧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배추김치 역시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파된 조선 중기 17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 모습을 갖추었다.

[네 접시, 사연 없는 음식 없다]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는 쌀국수, 아보카도, 바닷가재 등 복잡한 사연을 품고 있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맛을 선호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단맛에 쉽게 유혹당하고 중독된다. 설탕이 귀하던 시대 1500만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이 바다를 건너 사탕수수 농장으로 끌려갔고, 참혹한 처우와 강제노동 속에서 죽어갔던 노예무역은 인류 역사 상 가장 부끄러운 과거 중에 하나일 것이다. 디저트의 단맛 속의 달달하지 않은 과거 또한 잊지 말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겹고, 맛있고, 달콤쌉싸름한 음식 이야기의 마지막은 집밥의 미래이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네가지 유형의 가정 대체식 RTP(식품 성분을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 RTC(요리 후 빨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 RTH(전자레인지 또는 이와 유사한 소형기구로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음식), RTE(포장을 제거한 직후 먹을 수 있는 음식)곤충, 배양육, 3D인쇄 식품 등 다양한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30~40년 전과 우리의 식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 그리고 정말 다양한 먹거리 속에 둘러쌓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미래 나는 과연 어떤 집밥과 함께 하고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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