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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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의 교차를 일어내는 것은 두 문화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일이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인기 강좌인 대중 인문 교양 강연 시리즈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두 번째 이야기 [크로스 사이언스]는 과학과 인문학, 대중문화를 접목시켜 평소 다소 멀게 느껴지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저자인 홍성욱 교수의 전공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과학기술을 역사적, 철학적, 사회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전반을 말한다.

과학은 어느새 우리생활 깊숙이 다가와 있다. 책 속에서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온 날 종일 불안하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이보그화 되어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나의 일상은 이미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다. 교통, 쇼핑, 은행거래, 미디어, SNS소통 등 생활전반을 의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생각해보면 다양한 과학기술의 집합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어렵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영화, 소설 등 대중문화와 예술을 통해 거리감을 좁혀 온다.

예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인간보다도 더 인간다웠던, 인간에게 만들어지고 부정당하는 존재인 프랑켄슈타인을 보면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일까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저자의 시각을 통해 소설 속 과학적인 요소, 관점들을 통해 그때와는 또 다른 시점으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문학을 나와 또 다른 시점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다.

부모도 모르는 고등학생 딸의 임신사실을 인터넷 검색과 온라인 상품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낸 슈퍼마켓 체인의 홍보전단지를 통해 알게 된 사건과 조지 오웰의 <1984>를 통해 편리함과 감시, 통제라는 상반되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빅데이터, SNS, CCTV같은 과학기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요즘은 어딘가 장소에 가면 스마트폰의 GPS기능으로 장소를 인식하고 식당, 여가시설에 대한 추천 알림이 울리고, 인터넷으로 상품 검색을 하면 다음에 인터넷을 할 때 자동으로 비슷한 추천 상품들에 대한 창이 뜬다. 2013년도에 개봉했던 ‘감시자들’이라는 영화 속에서 용의자를 추적할 때 용의자가 편의점에서 사용했던 T머니를 추적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흔적을 통해 생활반경을 찾아내는 장면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다. 감시는 범죄를 억제하고 추적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만약 내가 그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과학의 이름으로 차이를 위계적으로 고정시키려는 시도들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차이에 대한 소위 ‘과학적인’ 근거를 이용해서 자신의 차별을 정당화해왔기 때문이다. (P95)

남녀의 차이, 동물, 인종 등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졌던 차별들 역시 과거의 일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 차별의 근거로 사용되었던 내용들에 대한 과학적 부정의 증거들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발달은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유전자지도를 완성하고, 유전자가위를 통해 유전자를 선별해 디자인 베이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 같이 차별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역시 손에 넣었다. 그것을 어떻게 옳은 방향으로 사용해나갈지가 우리가 앞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책, 예술과 과학을 넘나들며 저자의 폭 넓은 지식을 통해 과학과 문화, 인문이라는 경계 없이 다양한 주제를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과학이 자신과 멀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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