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소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2
오카모토 기도 외 지음, 신주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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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의 다양한 맛에 탐닉하다.'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2 ‘단발머리 소녀’가 출간되었다.

1권에서 일본 추리소설이 정착되기 전 번역, 번안 소설 위주의 작품들 이었다면, 이번에 출간된 2권은 추리소설의 여명기의 작가들 오카모토 기도, 사토 하루오, 고다 로한의 1889년에서 1930년도 후반까지의 단편 추리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오카모토 기도의 세 작품[단발머리 소녀], [오후미의 혼], [맹인의 강] 중 [단발머리 소녀], [오후미의 혼]은 우리나라에서도 화차, 솔로몬의 위증, 에도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시대물을 쓰기 전에 반드시 읽는, 성전 같은 작품이다’라고 말하는 <한시치 체포록>에 수록된 작품이다. 한시치 체포록은 괴담 전문가였던 저자가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고 자극을 받아 1916년 탄생하게 된 에도시대 탐정이야기이며 일본 최초의 체포물 소설이다.

단발뱀을 보면 죽는다는 저주와 당시 유행하던 콜레라라는 전염병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참배를 다녀온 세 여인이 단발머리 소녀를 보게 되고, 그 이후 사람이 죽는다는 내용의 [단발머리 소녀]나 꿈에서 오후미라는 여인의 혼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전개되는 [오후미의 혼]은 초자연적 현상이나 괴이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사실은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서 일어나고, 그렇게 시작되는 사건들을 한시치 부자가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사토 하루오의 작품은 총 5편 [지문], [불의 침대], [여계선기담], [어머니], [무기력한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먼 미래 철저하게 계급화된 세계에서 빛도 없고 공기도 희박한 지하 최하층에서 말을 빼앗긴 소년을 비롯한 많은 하층사회의 사람들이 상류사회에 의해 식물화 되고, 그 식물들의 반란으로 많은 상류사회의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기력한 기록]은 현대 사회를 떠올리게도 하는 많은 부분들과 여러 가지 생각해 볼만한 점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조류상에게서 앵무새를 구매한 남자가 그 ‘로라’라는 앵무새의 동작, 행동, 소리, 말 등을 통해 그 앵무새의 과거를 이것저것 추리해보는 [어머니]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일본 고전적 문체, 샤일록, 버틀러, 그랜드라는 외국이름과 외국이 배경이라는 기묘한 조합의 [이상하도다]라는 작품은 의고전주의 대표작가인 고다 로한이 순문학 작품 활동을 왕성히 했던 시기인 1889년 발표한 추리소설로 고전주의와 추리소설의 특징들이 잘 가미되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시대적 요소와 다양한 소재, 기발하고 독특한 내용, 일본 추리소설의 시대적 흐름과 변화를 초기작부터 시대별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흐름을 이어 순문학 작가에 의한 예술적 경향의 탐정소설이 담긴 3권의 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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