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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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에는 한 민족이 수천 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 까닭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 문화, 신화, 생활방식, 세계관 등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P5)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가 깊이 담겨있다.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재미있게 느꼈던 점 중에 하나는 내 자신이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내 가족을 소개할 때도 보통 ‘우리 집’, ‘우리 가족’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스페인어로는 ‘Mi familia’를 주로 사용한다. 직역하면 ‘내 가족’이다.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들이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단어 하나에도 그 나라의 문화가 배여 있는 것 같아서 무척 흥미로웠다.

로마제국의 언어이자 가톡릭이라는 종교의 언어인 라틴어는 많은 역사를 품고 있는 여전히 살아있는 언어이다.
현재 바티칸의 공식 언어이기도 하며, 로망스어로 분류되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의 뿌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영어 어휘의 50% 이상이 라틴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Egoism(이기주의)의 어원은 영어의 1인칭 대명사 I 의 라틴어 표기 Ego이다.

로스엔젤레스는 1850년 미국의 13번째 주로 합병 되기 전에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멕시코의 영토였다. 'los Angeles'는 ‘천사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페인어이고, 라틴어로 천사는 ‘Angelus'이다. 긴나긴 시간과 먼 거리를 넘어 온 언어를 통해 도시의 이름에 그 곳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의 부제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이다. 의미있고 아름다운 80여 개의 문장을 통해 챕터마다 라틴어 한 문장에 대한 유래, 관련된 역사, 신화 같은 이야기들과 라틴어 문장의 문법적 분석, 어원, 단어 등을 설명하고 있어 라틴어를 언어적, 인문적, 역사적인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책 말미에 수록된 영어와 라틴어의 공통점과 다른 점, 친숙한 라틴어 단어, 라틴어의 기본 등도 라틴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개하고 있는 라틴어 경구, 문장들은 지금 보아도 공감되고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Fortuna vitrea est ; tum cum splendet frangitur. (운은 유리다. 반짝 빛날 때 깨진다. )
갈리아를 정복하고 황제에 오르려 했으나 원로원과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한 카이사르의 운명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이 문구는 행운과 불행이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성공에 대한 자만에 대한 경계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라틴어 문장이자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위대한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시간은 유한하고, 죽음을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이 문구다. 로마시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화려한 개선식 후미에는 노예들이 ‘Memento Mori'를 외쳤다고 한다. 전쟁의 승리에 취하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영광의 순간에 삶의 유한함과 부귀영화의 부질없음을 잊지 않으려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자, 저자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나타내는 크로노스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시간을 나타내는 카이로스
삶에 있어서 천천히 준비하되 운명의 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이 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서두르라는 뜻이다. 삶에 있어서도 배움에 있어서도 마음 깊이 와 닿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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