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눈앞의 현실 -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 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 / 378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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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직접 현실로 흘러들어오면 역사가 바로 현실이 된다. (P89)

이 책은 중국 춘추열국시대 공자가 쓴 노나라 역사서 ‘춘추’의 주석서인 ‘좌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춘추시대의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고, ‘춘추’도 ‘좌전’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다보니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기본 지식이 없다보니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단순히 좌전 읽기가 아닌 좌전을 바탕으로 역사와 사회, 과거와 현재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있어 쉽지 않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자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다양한 서양 사상가,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왜 저자 탕누어가 타이완 최고의 문화비평가이자 전방위학자로 인정받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역사, 문학에서부터 과학까지 저자의 지식의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노나라 242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좌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노나라 사람이 아닌 노나라와 처지가 비슷했던 정나라의 집정관 자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산은 좌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당시 진, 초, 제, 진. 강대국 사이 천하의 중앙에 위치한 약소국 정나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항상 생존이 위태로웠다. 정나라 땅에서 진과 초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껴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많이 닮아있어 이성적이고 신중한 태도로 큰 나라 들 사이에서 정나라를 지켜낸 자산의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간다.

자산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2000여년 전 역사 좌전의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다. 자산이 정나라 형법 조항을 큰 솥에 새겨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다는 글에서 보듯이 그 시대에도 성문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나, 3장에서 다루고 있는 꿈에 대한 이야기들, 꿈을 믿고, 부정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들, 책의 많은 부분에 기록된 남녀간의 정욕에 관한 내용들도 좌전에 대한 궁금증을 더 한다. 읽는 내내 춘추와 좌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머나먼 과거의 기록이다. 하지만 역사는 지금의 바로 전 현실이기도 하다. 몇 백년, 몇 천년 전의 그 당시에도, 지금도 우리는 항상 현재를 살아가고, 한참의 시간 후에 그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저자의 글은 2천여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마치 현재의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공자와 춘추, 좌전을 보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지만 모호성과 불확실성이 바로 인류 세계의 기본적인 진상이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행동하는 사람이지 운동하는 원자가 아니다. (P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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