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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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지칭하는 ‘베블런 효과’로 유명한 경제학 고전인 [유한계급론]이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국어사전에서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면서 소유한 재산으로 소비만 하는 계층’이라는 뜻을 가진 유한계급의 영문 표기는 The Leisure(d) Class(es)이다. Leisure은 여가, Leisured는 일을 안 해도 되는, 여유가 많은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의미 그대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유한계급이란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생산과는 무관한 과시적 여가와 소비를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계급을 지칭하고 있다.

야만 문화 시대 약탈은 생산 노동보다 더 상위의 행위라고 여겨졌다. 현대에도 블루칼라로 불리는 기술직보다 생산과는 무관한 사무직 화이트칼라를 더 선호하는 모습은 그때와 다르지 않아보인다. 오히려 부의 불평등이 한층 심화된 현대에는 타인들의 생산행위로 큰 부를 축적하고 있고, 과시적 소비를 하는 기득권층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더 광범위해졌다.

책이 출간되었던 1899년 당시의 경제학 주류였던 수요와 공급의 반비례 이론과는 반대로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 현상으로 물건의 가격이 높아져도 소비가 증가한다는 베블런의 혁신적인 이론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의 소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쟁을 선호하는 인간의 성향은 재화의 소비를 차별적 비교의 수단으로 삼는다. (P154)]
재산의 획득과 소비의 동기를 단순히 부에 대한 욕망이 아닌 타인에 대한 과시와 지배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명품을 선호하고, 브랜드와 유행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대의 소비 문화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명품에 대한 소비는 더 커져가고, 집값이 비싼 지역에 살고 싶어 하며,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연예인이 하고 나온 제품이나 유행하는 상품을 너도 나도 구매하고자 하는 행위가 단순한 삶의 유지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라기보다는, 타인에 대한 과시와 차별, 그 계급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읽다보니 자신의 소비 습관 역시 그러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과시적 소비와 함께 유한계급이 아닌 생산직에 종사하는 집단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논리도 흥미로웠다. 이 책이 왜 경제학 고전이 되었는지,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책장을 넘기는 동안 이해가 되었다. 여성에 대한 관점이나 인종적 특징으로 사회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지만, 자본주의와 계급, 소비에 대한 그의 명쾌하고 혁신적인 논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경제학 서적이라 읽기 쉽지는 않았지만, 현대 사회와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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