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코 형사의 귀환 – 블루 머더 by 혼다 데쓰야

블루 머더 ㅣ 레이코 형사 시리즈 6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레이코 형사가 돌아왔다.
깊고 오래된 마음을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도 강한 마음을 가진 히메카와 레이코와 그런 그녀와 묘한 감정 선을 보여준 우직한 순정남 부하 키쿠타 카즈오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사회의 부조리나 경찰조직의 부패 등 묵직한 소재를 흡입력 있게 다루어 좋아했던 시리즈가 오랜만에 장편 ‘블루 머더’와 단편집 ‘인덱스’로 돌아왔다.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파란색 표지가 인상적이다.
 
시리즈 4편 <인비저블 레인>사건으로 히메카와반은 해체되고 레이코와 키쿠타를 비롯해 히메카와반 멤버들이 각자 다른 서로 발령받은 후 2년째가 된 어느 날, 이케부쿠로의 한 건물 빈 사무실에서 흉기로 맞아 온몸의 뼈가 모두 부러진 폭력조직의 두목 가와무라 조지의 시체가 발견되고 이케부쿠로서 수사과의 레이코 형사가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 센주 서의 키쿠타는 전화 금융 사기단에게 잘못 엮여 괴롭힘을 당하다가 오히려 사기단으로 경찰에게 오인되어 도주하다 체포되고, 형을 선고받아 구치소 이송 중 도주한 이와부치 도키오를 쫓고 있다. 전혀 달랐던 두 사건은 수사를 진행해 나가며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야쿠자와 중국 폭력조직, 폭주족. 이케부쿠로의 음지를 살아가는 악당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연쇄살인마 ‘블루 머더’ 사람을 때려죽인다는 무척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마치 사물을 부수는 것 같은 무덤덤한 건조한 문체로 자세히 표현되고 있어 그의 행동이 더 오싹하게 다가온다. 그를 쫓는 경찰 레이코의 시점과 잔인한 수법과 시체조차 남기지 않는 살해 방식으로 폭력조직의 두목들조차 공포에 빠트리는 살인범 블루 머더의 시점이 교차하며 각자의 이야기가 한 방향을 향해 진행된다.
 
블루 머더의 복수와 개인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대량 살인은 물론 절대 용서될 수 없는 행위이지만, 그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경찰이라는 조직의 역할보다 개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부조리, 법으로 처단하지 못하는 악을 악으로 처벌하는 것이 옳은가, 법과 정의의 역할과 한계선은 어디까지 인가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보통의 남성을 중심으로 한 경찰소설과 다르게 여성인 히메카와 레이코를 중심으로 일본 경찰조직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과거의 경험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오히려 범죄자와 비슷한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사건을 꿰뚫어보는 직관력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책을 읽는 내내 몰입감 있게 이끌어나간다.
 
블루 머더를 읽고 나니 스트로베리 나이트부터 시리즈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인비저블 레인 사건 이후 큰 변화를 겪게 된 키쿠타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본부로 돌아가 히메카와반을 재결성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사건으로 레이코 형사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누군가의 죽음을 기준으로 하여 현재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