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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2018. 6. 3. 우리나라의 산사 중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응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총 7곳이 ‘산사-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Mountain Temple'이 아닌 ‘Sansa'로 등록되었다고 하는 영문 표기가 정겨운 느낌이다. 아마도 이번 책은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인 듯 지금까지 출간되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1991년 경부터 2010년 경까지 집필한 산사 21곳에 대한 글을 모아 ‘산사순례’ 특별판으로 출간된 듯 하다.
책을 받자마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르고 푸른 표지다. 산사순례라는 제목답게 초록이 가득한 산 속 정갈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안동 봉정사의 모습은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찰은 대부분 산속에 위치하고 있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인지 어느새 사찰은 산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머리말 ‘산사의 미학’을 읽다보니 산사란 국토의 65% 이상이 산지인 자연환경과 참선을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탄생한, 석굴사원이 많은 중국이나, 정원을 중시하는 사찰 정원이 유명한 일본과는 또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사찰형태라고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사찰은 저자가 가장 아름다운 절로 꼽고 있으며, 건축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잘 지은 고건축 1위에 선정되었다고 하는 영주의 부석사이다. 유홍준 교수님이 얘기해주시는 산사에 대한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노란 은행나무 잎이 떨어진 돌 비탈길을 함께 걸어 올라가는 기분으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선암사, 큰 바위의 몸체와 그 위에 부처님의 얼굴이 조각된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안동 제비원의 석불, 눈으로 소복한 운문사, 전나무 숲길과 벚꽃길을 지나 소탈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내소사.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찰들에 담긴 이야기들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마음과 눈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믿고 있는 종교가 불교가 아니더라도 산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사찰에 방문하면 시끄러운 머리와 마음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장소들 중 방문해 본 곳도 있지만, 이름만 들어봤던 생소한 장소들도 많았다. 좋아하는 장소와, 다녀왔던 산사의 추억이 떠오르고, 새롭게 알게 된 곳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올 가을은 이 책을 배낭에 넣고 산사 순례길을 떠나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