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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한 장면
이현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평점 :

동서고금 유명한 회화와 조각들은 그 속에 당대의 사상, 역사 자체가 녹아 있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요한 전쟁사의 장면들을 담은 작품을 통해 전쟁과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콰트르 브라 전투에서 28대 기병대’를 통해 19세
연습도, 총탄도 항상 부족했던 유럽 소총부대의 비애를 담아내고, ‘다윗’을 통해 고대부터 존재하였고 임진왜란 당시에도 크게 활약했던 투석병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세 갑옷에서 착안되어 2차 세계 대전까지 장교들도 허리를
얇게 보이기 위해 착용했던 전쟁에서 착용했던 여성 속옷인 코르셋이나, 아즈텍 제국 시절부터 전투식량으로 이용되었던 초콜릿, 전쟁 작전능력은
한없이 부족했던 영국의 낙하산 장교인 제임스 토머스 브루더넬 카디건 백작이 크림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병사들에게 자신이 제작한 옷을 입히고 사진을
찍었던 옷에서 탄생한 ‘카디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물품들이 전쟁에서 탄생하거나,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국가 예산의 6/1 이상을 사용하여 서태후의 생일상을 준비하고, 이화원을
수리하느라 군비를 축소한 것이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글을 읽고 본 ‘서태후 초상화’에서 단순한 화려한 초상화가
아닌 그 당시 서태후의 권위와 힘을 느낄 수 있다. 로마의 집정관이며 전쟁의 승리자로 크나큰 명예를 갖고 있던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져 몰락하는 과정을 보면 한 사람의 결정이 전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로마 교황청의 명물이기도 한 스위스 근위대에 얽힌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국가적 사업이기도 했던 스위스
용병대는 용맹무쌍함으로 인기가 높아 각국으로 파견되어 결국 스위스 용병대끼리의 전투도 빈번했기 때문에 스위스 사업가에 손에 의해 국가적
이해관계를 벗어난 구호활동을 하는 국제적십자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책은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의 작품들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우리나라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담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을 공격한
청나라군대에 소속된 조선인 군대 ‘조선팔기군’은 조국에 버림받고 배신자가 된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청일전쟁 당시 중앙에서 파견된 부대는
일본군과 연합해 청군과 싸우고, 평양주둔군은 청군과 연합해 일본군과 싸우고,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연합한 지방군과 동학군은 일본군과 연합한 조선
관군과 싸웠다고 하니, 결국 두 나라에 휘말려 같은 민족끼리 싸우게 된 조선군대의 참혹함을 보면서 정치와 외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인간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에 필요해서 개발된 기술이나 전쟁 속에서 탄생한 물품들이
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 점도 물론 있다고는 하나, 그 이상의 참혹함과 슬픔을 주는 것이 전쟁일 것이다. 그리스에서 발견되었으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적인 작품이 된 ‘밀로의 비너스’에서 강대국의 횡포와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청일전쟁 속에서의 우리나라 군대의 모습들을 담은
에피소드 속에서 예술과 전쟁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교훈들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