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반호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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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라, 용감한 기사들이여! 사람은 죽어도 명예는 영원하나니! 싸워라, 패배보다는 죽음이 낫다! 싸워라, 용감한 기사들이여! 반짝이는 눈들이 그대들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노라!” (P185)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거는 기사들의 창과 검이 부딪치는 마상시합, 기사들의 화관을 받는 아름다운 여인들. 중세라는 단어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장면 중에 하나다.
역사소설의 창시자인 ‘월터 스콧’이 1820년 발표한 [아이반호]는 가장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작으로, 12세기 정복자 노르만 족과 피정복자 색슨 족이 대립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두 민족의 대립, 아이반호의 기사 윌프레드와 색슨 왕조 후손인 공주 로웨나, 유대인 레베카와의 사랑, 십자군전쟁으로 잘 알려진 사자심 왕 리처드 1세와 존의 왕위 다툼 등 12세기 잉글랜드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색슨 왕조의 재건과 보호를 위해 왕조의 후손인 로웨나 공주와 애설스탠 영주를 결혼시키려는 아버지 아이반호의 영주 세드릭의 뜻에 반해 로웨나 공주와 사랑에 빠져 추방당한 기사 아이반호는 리처드 왕 휘하로 십자군 전쟁에서 이름을 날리고 돌아와 십자군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발이 묶인 형 리처드 왕의 왕위를 노리는 존이 개최한 마상시합에 참여해 노르만 기사들을 쓰러트리고 우승을 차지한다. 유대인 부호의 딸 레베카는 시합에서 부상을 당한 그를 치료해주고, 세드릭과 애설스탠, 로웨나는 노르만 족 영주 프롱 드 봬프와 성전기사들에게 납치를 당해, 영주 세드릭의 광대 왐바와 노예인 돼지치기 거스는 마상시합에서 아이반호를 도운 얼굴을 가린 흑기사와 무법자들의 왕 로빈후드 록슬리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구하기 위해 성을 공격하고, 리차드 왕은 동생 존의 왕위 찬탈을 저지하는 등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색슨 족이 사용하던 언어 영어에 노르만 족이 사용하던 노르만 프랑스어가 융합되어 지금의 근대 영어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역사가 잘 녹아든 이야기 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노르만 족이 정복한 이후로 반세기가 지나도록 이어지는 노르만 족과 색슨 족의 대립, 사용하는 언어조차 다른 두 민족, 봉건영주와 하층계급의 삶, 물질적인 욕망으로 타락한 수도원과 기사단의 모습,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 마녀사냥 등 당대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봉건제도, 부유한 고리대금업자이나 레베카의 아버지인 아이작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 귀족들의 수탈과 부조리한 제도를 피해 숲으로 들어가 도둑이 되는 가난한 하층민들의 모습을 통해 평소 모험과 낭만이 넘치는 로맨스 같은 화려한 모습으로 많이 묘사되던 중세시대의 부조리하고 어두운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차례차례 일어나는 사건들도 흥미롭게 진행되고, 그에 더해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끌어간다. 명예를 중시하고 모험을 즐기는 리처드 왕과 충성스러운 기사 아이반호,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인 로웨나 공주와, 현명하고 지혜로움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배척받는 아름다운 여인 레베카, 흑기사를 도와 여러 사람을 구하는 활의 명수이자 의적 로빈후드 록슬리는 물론이고 유쾌하면서도 예리하고, 지혜와 용기까지 겸비한 광대 왐바와 그의 친구 충실한 돼지치기 거스의 만담은 책에서 손을 땔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명예와 욕심, 레베카에 대한 사랑과 성전 기사단 단장이 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성전 기사 브리앙 드 봐 길베르는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현대 소설과는 다른 서술 방식, 인물의 모습이나 배경을 마치 눈 앞에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세세한 묘사, 중간 중간 등장하는 시와 노래들이 700페이지에 가까운 양과 200여년 전 쓰여진 소설이라는 부담감을 점점 줄어들게 하고,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 수 있게 만들어 완역본으로 고전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재미있는 내용 속에 당대 시대상을 잘 묘사하고 있어 역사소설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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