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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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래빗네 집에는 아기 토끼가 넷 있었는데,
이름은 플롭시(토깽이), 몹시(아기), 코튼테일(솜 꼬리)과 피터였다.
그들은 엄마 토끼와 커다란 전나무 뿌리 밑 모래 두둑 안에서 살았다. (P8)
 

 

파란색 웃옷을 입은 토끼 ‘피터 래빗’을 어릴 시절 무척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소품으로, 그림으로 가끔씩 접하곤 했던 피터를 새로 출간된 빨간색 양장본 ‘피터 래빗 전집’으로 다시 만났다.

다시 읽은 책은 서문의 작가의 소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연과 동물, 문학을 사랑했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아픈 가정교사의 어린 아들을 위해 피터 래빗이라는 동화를 지어 주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식물학자라는 꿈을 저지당하고, 병으로 약혼자를 잃는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는 투쟁으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간 작가의 생각이 이 아름다운 동화 27편 속에 녹아있었다.

피터 래빗 전집에는 말썽쟁이 피터 래빗를 시작으로 그 형제들인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사촌 벤자민, 고슴도치 티기윙클, 고양이 리비, 다람쥐 넛킨, 개구리 제레미 피셔 등 사랑스러운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성인이 되어 다시 본 동화는 어렸을 적 보았던 천진난만한 내용 이외에도 작가가 살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캐릭터들 속에 담겨있었다.

 

우연히 도시로 가게 된 시골 쥐 티미는 도시 쥐 조니를 만나 도시에서 생활하지만, 시골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조니의 도움으로 시골로 돌아온 티미는 여름대청소를 피해 시골로 놀러온 조니에게 시골에서 함께 살자고 하지만 조니는 도시로 돌아간다.

'이 사람에게는 이곳이 맞고, 저 사람에게는 저곳이 맞다' (P575)

무척 공감가는 문구였다.

 

진저와 피클스가 운영하는 가게는 모든 손님에게 외상을 허용했다. 모든 손님들은 외상을 했고, 물건은 많이 팔렸지만 매상은 전혀 없어 피클스는 개 면허증을 사지 못하고, 경찰에게 단속될까 두려워한다. 결국 개와 고양이는 가게 문을 닫았고, 마을 동물들은 물건 가격을 모두 올린 다른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해야만 했다. 아름다운 삽화와는 달리 씁쓸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피터 래빗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맥그리거 씨의 텃밭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버지가 그 집에 들어갔다가 맥그리거 부인의 파이가 되어 버렸다고 말이다. 하지만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피터는 맥그리거 씨의 텃밭에 들어가 밭에 있는 채소들을 먹다 쫓기게 되고 웃옷을 잃어버린 채 간신히 도망쳐 집으로 돌아오고 엄마에게 혼이 난다. 

 

 

아름다운 동화 속에 순간순간 현실이 비집고 들어온다. 인간들이 자연에게 얼마나 위협적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피터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잡아먹힐 수 있는 위험 역시 아주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다. 성인이 되어 다시 본 이야기는 많은 것이 다르게 보여서 새로웠다. 다시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피터 래빗과 그의 친구들은 사랑스럽다.
등장하는 동물들 모두 생생하다. 맥그리거 씨를 피해 도망치던 중 대문이 닫혀 울음을 터트리는 피터, 루신다와 제인이라는 인형들이 사는 집을 부셔버린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인형들의 양말에 동전을 넣어놓고, 매일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새벽 인형의 집을 청소해주러 오는 생쥐 톰섬과 헝카멍카, 동물들의 옷을 다려서 나눠주는 고슴도치 티키윙클 아주머니, 오소리 토미 브록과 늑대 토드씨에서 잡아먹힐 뻔 한 아기 토끼들을 구출한 피터와 벤저민의 마음 따뜻한 이야기와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파스텔 톤의 섬세하고 따뜻한 삽화들은 나를 다시금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무릎담요를 덮고 뜻한 차를 마시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는 상상이 들었다. 마지막 ‘래빗네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를 끝으로 이야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 ‘피터 래빗 이야기’로 돌아간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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