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귀여운 북방여우, 너구리, 표지부터 눈길이 가는 이 책은 한 가족의 꿈과도 같은 아름답고 마음 따뜻한 1년 동안의 훗카이도 유학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 미야시타 나츠의 가족이 1년 동안 살게 된 도무라우시라는 마을은 훗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말 가무이민타라라고 불린다고 한다. 마을의 이름인 도무라우시는 꽃이 많은 곳’, ‘가무이민타라는 바로 이 책의 제목 신들이 노는 정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왜 이 마을이 그렇게 불리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라온 나에게는 시골 전원주택 같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보고 싶은 꿈을 항상 가지고 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대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을 다 버리고, 현대화가 주는 편리함을 버린 채 외진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작가의 가족은 중학생 아들 2명과 초등학생 딸 1, 한참 학업에 집중해야 할 나이일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 가족은 1년 동안 자연으로 떠났다.
  
한여름에도 기온이 평균 20도 아래인 훗카이도 국립공원 내 산속 마을. 통신사는 거의 불통, 편의점도 차로 30분 이상 소요되고, TV시청도 쉽지 않은 곳. 초등학생 열 명에 중학생 다섯 명이 전부인 학교. 시험도 없고, 교복은 추리닝에 수업은 매주 흥미로운 수업들로 새롭게 짜여진다.
길을 걷다 발견한 산나물로 튀김을 해 먹고, 산책을 하다가 훗카이도 사슴과 북방여우를 만나며, 눈이 오면 쌓인 눈에 시럽을 곁들여 먹고, 단풍을 보며, 눈을 맞으며 온천을 하는 곳. 모든 행사를 어른, 아이 모두 함께 진지하게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의 작가와 가족들의 하루하루 일상은 페이지를 한 장 넘길 때 마다 질투가 날 정도로 마음 따뜻하고 충만하게 해준다. 눈을 밟으며, 꽃을 보며, 사슴과 인사하며 걷는 작가의 산책길에서 도무라우시의 공기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 넉넉한 주민들, 일부러 마을로 부임한 괴짜 선생님들, 훗카이도를 사랑하고, 입시생 아들에게 카르마조프의 가의 형제들 상중하 3권을 선물하는 남편과, 사랑스럽고, 엉뚱하고, 재치 있고, 기발하며 산속 마을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생활하던 세 아이들이 살았던 그 마을은 공기도 맛있는 곳이라고 한다. 현재 나는 먼지로 가득한 공기를 마시고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맛있는 공기와 쏟아지는 별과, 사랑스러운 여우와 좋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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